할 일은 산더미인데 벌써 겨울이
아직 가을을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만 가득하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늘 그렇듯
마음은 저만큼 가고 있는데
몸은 이만큼에 머물고 있다
쌓인 일들은 태산처럼 크지만
호미 하나 달랑 들고
태산을 무너 뜨리려고 한다
하나를 끝내면
또 하나가 나타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들은
오는 겨울이 야속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느려지는 손놀림은
차가워진 날씨 속에 더 굼뜬다
올 한 해도
다가오고 멀어져 간 시간 속에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내가 있다
나이에 비례하는 시간의 속도에
나이에 반비레하는 몸놀림으로
쌓인 일들은 태산이 되고
가는 가을은 아쉽기만 하다
이 가을
내가 가진 시간만큼
무언가 만들어지고
그 만들어 짐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깃털 같다
이 가을이 지나간다
아직 할 일들이 많은데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두꺼운 외투 속을 파고드는 한기에
가을이 떠남을 실감한다
더 바빠진 손놀림으로
이 가을을 보내며
머물 것이라는 미련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