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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우 Dec 05. 2021

이별하던 그날

오늘도 회식이라며 미안해하는 그녀에게 싫은 표정을 숨기며 컨디션 한 병과 이온음료 한 병을 건네주었다. 회식 때마다 수시로 배터리가 나가는 그녀 핸드폰을 위해 꽉 채운 보조배터리도 챙겨 주었다.


밤 열한 시쯤 괜찮냐며 물 많이 마시라는 문자를 남기고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다가, 열두 시쯤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보지만 늘 그랬듯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익숙한 멘트를 듣는다. 두시쯤 그녀 집 앞으로 찾아가 지나가는 택시들을 애타게 바라보다 마침내 세시쯤 비틀거리며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등을 바라본다. ​


집에 돌아와 차분히 저울 앞에 앉았다. 한쪽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그녀에 대한 원망. 마흔일곱 번째 저울 앞에선 오늘 드디어 저울이 반대쪽으로 서서히 기울었다. 핸드폰을 들어 그녀에게 천천히 또박또박 메시지를 남겼다. 많이 사랑했었고 힘들었다고. 언젠가 다가올  알았던 오늘이 생각보다 담담했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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