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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Jun 25. 2022

호주 겨울, 해 난로를 쬡니다.

6시엔 일어나야 도시락을 쌀 수 있다. 억지로 눈을 뜬다. 밖은 먼동이 트는 하늘로 붉게 물들어 있다. 이제 정말 겨울 같다. 바깥 아침 기온이 9도이다. 실내 온도는 18도. 해뜨기 전 실내 온도는 꽤나 춥다. 그래도 가스불을 켜고 요리를 하다 보면 시린 손도 데워지고 내 몸은 다시 따뜻한 피가 펌프질을 한다. 해가 떠야 집이 데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집이 다 데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 해 난로를 쬐는 것이 더 빠르다. 해 난로는 호주 겨울 정말 따뜻한 난로이다.


해를 등지고 따뜻한 해 난로에 등을 지진다. 태양 에너지로 충천되는 태양 건전지가 된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충천하면 등이 따가워질 지경까지 이른다. 충전 완료다. 이제 집 안으로 들어와 폭탄 맞은 집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해 난로는 따뜻함만 주는 난로가 아니다. 나에게 하루를 시작할 활력과 에너지까지 주는 신기한 난로다. 난로를 켜는데 비용도 들지 않는다. 거저 주어지는 따뜻함에 감사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니 옷을 갈아입는 것도 무척 도전이 된다. 따뜻하게 체온으로 데워진 옷을 벗고 차가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겁이 난다. 새 옷을 몸으로 데우기까지 견뎌야 하는 차가움이 겁이 나는 겨울 아침이다. 그래서 해가 나면 빨랫줄에 차가운 옷을 널어, 옷도 해 난로에 데워 입는다. 해 난로에 따뜻해진 옷을 입으면 어릴 적 엄마가 해 주신 아랫목에 데워진 옷을 입는 느낌이다. 차가운 몸만 데워지는 것이 아니라 서늘한 마음까지 데워진다. 얼었던 몸만 온기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렸던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진다.


해 난로는 내 몸 구석구석을 소독해 주기도 한다. 감기 바이러스에 휘감겨 헤롱 거릴 때 해 난로를 쬐면 몸이 소독이 되는 느낌이다. 감기 기운도 날아가 버리고 보송보송하게 소독된 이불이 된 것만 같다.


아들이 달고 온 감기 바이러스에 온 가족이 감기에 걸리고 말았지만 해 난로에 소독을 해선지 견딜만하다. 해를 쐬고 있으니 바이러스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하늘 저 멀리서도 이렇게 멀리 내 집까지 따뜻함을 주는 해 난로가 고맙다. 이 추운 겨울, 해 난로에 모든 것을 데울 수 있어 감사하다. 날 구석구석 소독까지 해 주니 더 고맙다. 나에게 따뜻함 뿐만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불어넣어 주는 해가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나에게는 해 난로 같은 이가 있다. 멀리서도 따뜻함을 거저 주고, 언제든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게 해 주고, 내 시린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해 난로 같은 이가 있다. 멀리서도 날 응원하고 나에게 힘을 주는 이다.


그는 언제 전화해도 통화 중인 법이 없다. 나의 모든 전화를 어김없이 다 받아준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다 들어주고, 내 모든 말을 따뜻한 마음으로 어루만져 준다.


시시 때때로 나의 마음을 소독해 주고, 나에게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일깨워준다.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지를 늘 확인시켜 주고, 내가 살아야 할 의미를 일깨워준다. 그런 해 난로 같은 이가 언제까지나 날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어 주어 고맙다.


해는 모든 생명에게 각자의 색을 입히고 그 색으로 빛나게 해 주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해를 품은 모든 생명체는 아름다운 선명한 색을 갖게 되고, 자신만의 색을 지닌 아름다운 생명체가 된다. 해 난로를 쬐면 나도 내 색을 입고, 나의 색으로 빛나게 된다.


해가 있어, 해 같은 이가 있어 나의 색을 찾고 나의 색을 입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해 난로가 고마운 겨울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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