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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Nov 05. 2022

신고도 안 했는데

"마음이 압사당하는 것 같아요"

라고

신고할 곳이 없다.

112도, 경찰서도 없다.


사람에 치인다.

슬픔에 치인다.


마음은

프레스기에 눌린 샌드위치처럼

납작해져서


더 이상 눌러도

무엇 하나 나올 게 없다.


그래도 견딘다.

그래도 버틴다.


그러다 마음은 압사당했다.


사람들이 마음을 밟고 지나간다.

마음에 더 무거운 마음을 쌓아 놓고 간다.


마음은 이제

엄지 손톱에 암만 힘주어 쥐어 짜도

조금도 나오지 않는 치약처럼

납작해져 돌돌 말려만 간다.


그런데도 압사당한 마음을

신고할 곳이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소방관 아저씨 같은 당신이 나타나


마음을 누르는

사람과

바위와

산더미 같은 슬픔을

걷어내 준다.


심폐소생술을 한다.


납작한 마음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틈도 없던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신고도 안 했는데

와 준 당신,

고맙습니다.





<이미지 출처: pi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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