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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Nov 10. 2022

세탁기

하얗고 네모난 나의 친구는

열심히 일하고, 일이 끝나면 노래를 분다.

'라 라랄라 랄라 라라라 라라라 랄라

라 라랄라 랄라 라라라라라라 라'


까맣고 동그란 나는

열심히 일하고, 일이 끝나면 한숨만 난다.

아니 비명이 난다.

'으아~~~'


열심히 일하던 친구는 어느 날 노래 대신 경보음을 울렸다.

'딩당 딩당! 딩당 딩당!'

달려가 본 그의 창엔 에러 코드가 떠있다.

'LE ERROR'


친구의 에러 코드엔 다행히 대응책이 있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 힘드니, 업무량을 줄여줄 것'

친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무게보다 많아지면 어김없이 일을 중단한다.


나의 에러 코드엔 대응책이 없지만

나도 경보음과 에러코드를 띄우고싶다

누가 나의 경보음을 듣고 에러코드를 살피러 오면 좋겠다.


하얗고 네모난 친구의 창이

까맣고 동그란 나의 창에 들어오면 좋겠다.


한숨이나 비명 대신 친구처럼 노래를 부르고싶다.

 

'라 라랄라 랄라 라라라 라라라 랄라

라 라랄라 랄라 라라라라라라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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