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마음을 수선해 드립니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 마음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고 한다. 자기랑 맞지 않는 육아를 하려니 너무 힘들고, 힘들다 못해 마음에 구멍이 여기저기 났다고 한다. 자기 마음 좀 어떻게 꿰매줄 수 없냐고 한다.
비단 내 친구만이 아니다. 팍팍하고 빡빡한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터진 옷 고쳐주는 수선집에 옷 맡기 듯, 어디 마음 수선집이라도 있으면 했다. 며칠 뒤 찾으러 갔을 때 옷이 말끔히 수선되어 있듯, 내 마음도 어디선가 말끔히 수선되면 좋으련마는...
골목골목 ‘옷 수선’ 간판은 잘도 보이는데, ‘마음 수선’ 간판을 찾기는 영 힘들다.
수선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체형에 변화가 생겨 옷의 길이나 품을 줄이거나 늘이는 수선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유로든 헤지거나 튿어져 그 부분을 꿰매거나 덧대는 수선이 있다.
마음 수선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이 변해서 내 맘 같지 않을 때는 줄이거나 늘이는 수선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의 변화는 욕심에서 시작된다.
내 마음의 욕심이 너무나 커져 여러 갈래로 새끼 친 욕심은 더 이상 내 마음이 아니라서 줄여야 한다. 그런 마음은 잘라 내고 끊어 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몸에 맞지 않은 큰 옷을 입었을 때 보기 어색한 것처럼, 나같지 않은 사람이 되고 만다.
사람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오죽하면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생겨 났을까? 눈으로 보기만 해도 욕심이 자란다. 그래서 어떨 땐 안보는 게 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온갖 광고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안 보고 살기란 참 힘들다. '마지막 절호의 찬스’니 , '1+1'이니, '오늘 하루 특가’라는 말에 현혹되어 내 마음의 욕심은 무럭무럭 자라고, 알 수도 없는 물건들에 파묻혀 내가 누군지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이럴 땐 마음을 좀 줄이는 수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손을 펴서 베풀어야 하는데도 손을 오그리고 베풀지 못하는 인색한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내 마음이다. 이런 경우에는 마음을 늘여야 한다. 치맛단 수선할 때 접어둔 부분이 넉넉하면 치마 기장 늘이기가 그나마 쉬워진다. 접어둔 마음을 펴기만 하면 된다. 접어둔 부분을 튿어내고 관대하게 펼칠 용기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접어둔 부분도 없는 스커트는 새로운 천으로 단을 덧대야 한다. 이런 경우는 원래의 천과 잘 어울리는 옷감을 찾는 것부터가 도전이다. 너무 오그라 들어서 접어둔 마음도 없는 경우는 새로운 마음을 키워 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마음에도 없는 마음을 내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의 옷에 걸맞는 옷감을 찾는 수고가 필요하 듯, 모자란 마음을 채워줄 양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 마음을 좀 넉넉히 쓰라는 말을 누군가라도 해 준다면 감사히 여기고 마음의 양식을 채워줄 마음 수선집을 방문하시라.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살다 보면 마음에도 구멍이 뚫릴 때가 있다. 마치 오래도록 입은 옷이 닳고 해어지듯 인생을 살아가며 마음에 구멍 한 번쯤 나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구멍을 계속 방치하면 그 구멍은 점점 커지고 결국 나를 해치게 된다. 그래서 ‘나’를 보살피고 돌보는 수선이 필요하다. ‘나’를 지키기 위한 수선이라고나 할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신경을 쓰고, 주변 사람들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며, ‘나’라는 사람은 없는 듯이 살면 내 마음에 구멍이 뻥뻥 뚫린다. 또 때로는 삶에서 예기치 못한 우박 같은 폭격을 경험할 때가 있다. 내 존재 자체가 흔들릴 듯한 폭격 말이다. 피하기도 전에 날아들어 와 구멍을 내고 만다. 이럴 땐 수선이 시급하다.
그나마 니트 종류처럼 신축성 있고 얼깃설깃한 섬유들은 구멍이 났어도 잘 보이지도 않고 수선이 쉽다. 그래도 말끔히 수선하려면 올 한 가닥 한 가닥의 위치나 흐름 파악을 잘해야지만 원래부터 구멍이 나지 않은 것처럼 수선이 잘 된다.
탄력성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끔 마음에 구멍이 난다 해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기가 쉽다.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지, 좋은 일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하는 마음으로 털어버리면 났던 구멍도 쉽사리 매워진다. 인생의 흐름 속에서 내 자신의 자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까짓 구멍 하나로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구멍 난 옷이 니트 같은 옷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 당겨 올 실도 없이 빡빡하게 짜여진 옷감도 있다. 신축성도 전혀 없고 구멍이 나면 그대로 ‘나 구멍 났소’ 광고하듯 구멍 난 자리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옷감도 있다. 이런 옷감은 천을 덧대어 수선을 한다. 다시는 구멍 나지 않게 단단히 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팍팍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어디서 끌어 올 실도 없는 옷감처럼, 삶 자체가 너무 힘에 겨워, 마음에 구멍이 나면 그 구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바람이 숭숭 들어와 마음이 시리다. 그때는 그 구멍을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구멍 난 옷에 천을 덧대 듯 마음을 덧대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우리가 그 마음을 안아주고 덮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 구멍을 덧대어 줄 천이 되려면 주변을 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내 친구처럼 ‘나 구멍 났어.’하고 도움을 청하면 다행이지만 도움을 청하기 조차 힘겨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주변을 잘 살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평소 넉넉한 마음으로 늘 주변을 살피고 있다면 기꺼이 누군가의 덧댈 천이 되어 줄 수도 있고, 내가 정말 절실할 때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덧댈 천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 건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마음 수선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줄여주고, 늘여주고, 꿰매 주고, 덧대 줄 수 있다.
그러니 이제 골목골목 ‘구멍 난 마음을 수선해 드립니다.’라는 간판을 내 걸고 서로의 마음을 수선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