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열

by 나무향기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은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가 일쑤다. 하지만 그 일상을 지나치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다.

집 앞 도서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게으름이 내게 손짓을 할 땐 걸어서 가면 될 길도 차를 타고 간다. 그렇게 차를 타고 가버리면 차 창 밖으로 보이는 무엇인가가 내 눈에 들어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이다. 뭔가 궁금해 보이는 게 있었어도 차를 길에 세우긴 만무한 일이다. 그저 가던 길이나 가게 된다.

하지만 같은 길이라도 걸어가게 되면 차를 타고 갔을 땐 볼 수 없었던 사소한 것들에 내 발 길이 멈춘다. 10분이면 갈 길이 30분이 되기도 하고, 때론 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잡초에서 올라온 꽃이 내 눈을 사로잡을 때도 있고, 이웃에서 바구니에 담에 내어놓은 ‘Free’라고 적힌 라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가는 길에 꼭 들르는 조그마한 동네 호숫가에서 흑조들을 바라보며 검은색이 주는 고귀함을 곱씹을 때도 있고, 계절을 달리하며 피는 이웃의 정원에 핀 꽃들을 넋 놓고 감상하기도 한다. 길가에 달린 릴리 필리(lilly pilly)의 달콤 새콤한 맛에 놀라기도 하고, 우연히 마주치게 된 진저색 고양이와 코인사도 한다. 같은 길을 다정히 손잡고 걷는 노부부의 따뜻한 미소도 내 마음에 넣고 간다.

이런 것들은 내가 차를 타고 지나가면 놓치게 되는 일상의 선물이다. 도서관에는 조금 늦게 도착해도 괜찮다. 선물 한가득 내 맘에 싣고 가면 조금 늦어도 행복하다.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는 이런 말을 했다.

“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이 희열이 되는 순간, 인간은 숭고해지고 아름다워진다.”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던 일상의 조각에서 희열을 맛본 적이 있는가?

그런 희열은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 냈을 때 느끼는 희열과는 결이 다르다. 짜릿한 희열이 아니라 숭고한 희열이다. 그리고 그 희열은 아름다움을 낳는다.

비 오는 날 차 유리창을 또르르 굴러가는 물방울의 온전함에 희열을 느낀다.

봄의 색을 담아내느라 애쓰는 어린잎의 충만함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소금으로만 간을 한 섬섬한 나물 무침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고양이의 가지런히 뻗은 수염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지붕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의 부지런함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마른 꽃이지만 향만큼은 여전한 피아노 위의 라벤더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가지런히 정돈된 부엌 행주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구겨진 듯 보이나 멋스러운 리넨 커버에서도 희열을 느낀다.

이런 희열은 내가 아끼는 일상의 희열이다. 보물들이다.

이런 일상의 희열은 내가 가진 마음결을 맑게 해 주고, 내가 가질 사람 결을 아름답게 해 준다.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이런 것들을 살피고 있을까?

조금 늦게 가도 괜찮다. 잠시 멍을 때려보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내 사소한 일상을 돌아보자.

그러면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선물들을 받게 될 것이다.

내 마음 주머니 가득 선물을 담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어 보자.


사진: 나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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