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우린 무엇을 보는가?
귀로 우린 무엇을 듣는가?
코로 우린 무엇을 맡는가?
입으로 우린 무엇을 맛보는가?
피부로 우린 무엇을 느끼는가?
태어나자마자 우린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접수하느라 바쁘다.
암흑의 상태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을 느끼고, 적막 같던 세상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엄마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엄마의 달콤한 젖을 먹으며 엄마의 따뜻한 품을 느낀다.
이렇게 시작된 오감의 여행은 평생 지속이 된다. 어쩌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수용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느껴야만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우린 수도 없는 많은 경험들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인생이 그 경험의 연속이 아니던가?
오감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많은 것들은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나를 키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오감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눈으로 나 자신을 본 적이 있는가?
귀로 나 자신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코로 나 자신을 맡아본 적이 있는가?
입으로 나 자신을 맛본 적이 있는가?
피부로 나 자신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수용체가 되기에 익숙했던 우리는 외부 자극에는 민감하게 반응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나를 보는 눈은 어떠한가? 우리가 평생 보아야 하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 눈에 비친 나 자신이 아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다. 평생 우린 실체는 보지 못하고 반사된 모습 만을 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내 눈에 실체로 들어오지만, 정작 나 자신의 실체는 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우린 다른 사람들은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와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평생 실체를 볼 수 없으니 ‘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긴 어렵다. 그래서 우린 우리 자신을 비춰 볼 수 있는 우리 만의 ‘거울’이 필요하다. 진정한 나를 비춰 볼 수 있는 거울 말이다. 거울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성경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수천 년을 살아온 인류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찾은 적도 없어, 비춰볼 거울이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자신에게 거울이 주어졌다면 그 거울을 소중히 여기고 매일 자신을 비추어 보며 자신을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를 듣는 귀는 어떨까? 어렸을 적 녹음기에 내 목소리를 녹음해 들었을 때 화들짝 놀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 목소리가 정말 이런가?’ 충격받았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내가 내 귀로 듣던 그 목소리가 아니라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내 귀도 평생 진짜 내 목소리는 듣지 못한다. 진짜 내 목소리는 다른 사람만 들을 수 있고, 정작 나 자신은 듣지도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나 자신의 소리에 귀를 닫아버릴 수는 없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보청기라도 껴서 들으려고 하는 것처럼 내 마음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땐 마음속 보청기가 필요하다. 마음속 주파수 영역을 늘이고, 내 마음의 소리를 증폭시키고, 주변의 소음을 줄여주는 보청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다 보면 내 소리는 파묻힐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음속 보청기를 달아 내 안의 소리를 증폭시키고 내 주변 소음을 줄여보도록 하자. 나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말도 잘 들을 수 있다.
삶에서 우린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내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스페인 하숙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이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순례자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순례자들이 하나같이 말을 했다. 길을 걷고 있으면 모든 것은 다 잊고 온전히 걷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인생이란 길고 긴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가끔 나를 다독이는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크게 열고 나 자신을 살피고 들어 보자. 나 자신을 느껴보자.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살기보다
잠깐 쉬어 나를 다독이는 숨고르기를 해 보자.
<사진출처: 월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