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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화장

시 (詩)

by 나무향기




색과 색의 경계가 묘연해지고,

내가 그리워한 분꽃 같던 색으로

하늘이 화장(化粧)을 한다.


하늘에게 묻는다.

누굴 만나러 가는 길이냐고,

곱게 화장하고 어딜 가는 길이냐고,


하늘이 말한다.

나를 만나기 위해,

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

화장(火葬)을 한다고.


오늘 하루 고단함을 화장하고,

오늘 하루 슬픔을 화장하고,

오늘 하루 힘들었던 모든 것을 화장한다고.



하늘에게 속삭인다

너의 화장(火葬)이 내겐 화장(化粧) 같구나.

너의 아름다운 화장을 내가 옆에서 지켜볼게.

너의 길 끝에 만난 너를 내가 안아줄게.

태우고 남은 너를 나의 눈으로 어루만져 줄게.


그리고 내일,

다시 태어난 너를 또,

기다리고 있을게.


<사진: 동네 호숫가, 출처: 나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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