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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향기 Apr 11. 2022

나비의 여행

시 (詩)

배추밭 사이 노랑나비, 흰나비를 쫓던 그 아이는

봄볕이 내려앉은 정원에서

나비를 기다린다.


에메랄드 빛 옷을 곱게 지어 입고

꽃잎 나부끼듯 내 정원에 날아와

내게 인사를 하는구나


차가운 피를 가진 너는

나의 뜰에서 햇빛에 몸을 녹이고 가렴


데워진 몸으로 자유롭게 날아 올라

꿀을 모으고, 향을 모으고,

너의 여행지에 무사히 도착하렴


너의 작은 머리에 네가 가야 할 길이 그려져 있다면,

나의 작은 마음에도 내가 가야 할 길이 그려져 있겠지


너처럼 고운 옷 지어 입고, 햇빛 데운 따뜻한 몸으로

꿀을 모으고, 향을 모아

나의 길을 걸어갈게


사뿐히 내려앉아 봄볕에 몸 녹이고

가볍게 날아오른 너처럼


봄볕에 마음 녹여

사뿐히 나의 길을 걸어갈게.



<사진: ‘common bluebottle’ 이라는 호주 자생 나비 출처: butterflycirc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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