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島 시園
결혼 후 난 줄곧 섬에서만 살아왔다. 심지어 신혼여행도 제주도를 갔으니 난 결혼 시작부터 섬과의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결혼을 하자마자 난 남편이 원래 살고 있던 사이판이라는 조그만 섬에서 살게 되었다. 길이는 19km, 폭은 9km이니 정말 작은 섬이다. 지금은 아주 커다란 섬에 살고 있다. 호주에 살고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큰 섬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의 섬 위에 내가 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고, 스릴감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끝없이 출렁이는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그 자리를 잘 지켜내고 있는 섬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불안한 가운데 느끼는 안정감이라고나 할까? 섬은 그런 이상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토록 오래 섬에 살았음에도 나는 수영을 못한다. 수영을 배우려고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매번 실패했다. 물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물은 공포로만 다가왔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그땐 접어야 한다. 그래서 난 수영을 접었다. 종이비행기 접듯 잘 접어 바다 위로 날려버렸다. 혹여나 섬이라도 가라앉으면 난 살 방법이 없다. 하지만 '수영 잘하는 남편이 날 살려주겠지?'라고 믿어본다. 수영 잘하는 두 아들도 있으니 세 남자가 한 여자 못 구하진 않겠지...
수영을 못하긴 해도 물에 몸이 뜨는 정도는 할 수 있어 사이판에 살 때는 스노클링을 즐기곤 했다. 사이판에는 더 코딱지만 한 '마나가하(Managaha)'라는 섬이 있는데 '이판사판 사이판에서 마나가하를 안 가면 사이판 가나 마나'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다. 처음 마나가하 섬에 들어가 스노클링을 했을 때 물속에서 스노클을 입에 문채 소리를 쳤던 기억이 난다.
"움!!! 움!!!"
고래가 된 것 마냥 움움 소리를 내니 남편이 웃는다. 바닷속은 바다 밖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내 눈앞에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바닷속 풍경이 실제로 펼쳐지니 놀라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색색깔의 열대어와 산호초, 앵무새 물고기, 작은 아기 상어들... 바닷속 낙원 같았다.
나중에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순산을 돕기 위한 '라마즈 교실'에 참가했을 때 선생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기분 좋은 한 장면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 그때 망설임 없이 마나가하 섬에서 보았던 바닷속 풍경이 떠올랐다. 다행히 산통이 왔을 때 훈련해 둔대로 마나가하 섬의 바닷속을 떠올리며 진통을 쉽게 넘길 수 있었다.
그 이후 너무나 훈련을 잘한 탓인지 내가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나만의 섬, 나만의 바닷속 정원이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난 이름을 지었다.
"가슴島 시園"
이 섬의 바닷속 정원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시원해진다. 고통을 잊고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 내 마음속에 언제나 존재하는 이 섬은 늘 좋은 곳으로 나를 이끌어 준다. 나의 쉼터가 되고, 나의 휴식이 된다. 나의 충전소이자 나의 비밀 정원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고통을 떨쳐버릴 나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숨통이 턱턱 막혀 올 때 나만의 지니를 부르듯 머릿속에 나의 정원을 펼치면 신기하게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줄 ‘가슴島 시園’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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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wallpaper fla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