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mu Oct 12. 2020

마음도 다이어트

마음 비우기 연습

  최근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연예인들의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주고 각자의 필요에 맞는 맞춤 공간을 만들어 주어 삶의 소소한 행복을 더해주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이전에도 많은 연예인들의 집 공개와 세련되고 모던한 인테리어들을 보여주는 방송들이 많았기에 그저 그런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겠거니 하고 따로 챙겨 보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모 연예인이 추억을 버리지 못해 수많은 물건을 쌓아놓고 살고 있다는 기사가 검색 순위에 올라와 있어 궁금해서 방송을 찾아보았다. ‘추억 부자'라는 별명과 함께 집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온갖 추억의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주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아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소중한 기억이 담긴 옛 물건을 쉽게 정리하지 못한 채 망설였던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물건이란 것은 실용성 이외에
 물건에 담긴 추억을 뜻하기도 한다


 그 소중한 추억이 조금 많았던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추억들을 쌓아놓고 있는 공간은 변화가 필요해 보이긴 했다.


추억을 소중하게 기억하는 태도는 좋지만
그것이 꼭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기억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물건 비우기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은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다른 물건들은 버린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같은 물건 혹은 더 좋은 물건으로 구입하면 되지만 추억의 물건은 대체 불가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것을 구입할 수도 없을뿐더러 구입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의미 없는 물건이다.


 방송에서 신애라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비워야 소중한 것들이 보인답니다


 방송에서는 여전히 마음이 가고 좋아하는 것은 간직하고, 더 이상 내게 의미가 없거나 마음속 기억에만 담아두어도 충분한 물건으로 나누어 하나씩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정리된 집을 보고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방식으로 추억을 정리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 같아 그 연예인의 앞으로의 삶에도 큰 변화가 될 것 같다.


 몇 년쯤 전부터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모토를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온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벽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내 마음이 공허하고 잦은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쇼핑을 통해 허한 마음을 채우고 있으면서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싹 정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으면서 그 상대와 추억이 담긴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당장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버거운 일일 수 있다.

 

 또 누군가는 잘 안 쓰는 물건을 비워내고 그 빈 공간에 새로운 물건을 채우고 싶은 마음으로 비우기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부터도
채움을 위한 비워내기를 실천한 적이 있다


 마음과 방의 상태가 항상 같을 수는 없지만 방을 비움과 동시에 마음도 정리가 되어야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 한창 중고거래의 재미에 빠져서 몇 차례 물건을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마음의 비움과 물건의 비움.

 이 둘 사이에는 크게 선후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먼저 정리가 되어야
비로소 그 물건을 버릴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물건을 버리면서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물건을 정리하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가끔 마음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떠나간 인연을 잊지 못해서 계속된 미련으로 붙잡고 있거나,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간의 노력한 시간이 아까워서 놓지 못하고 억지로 시간을 흘러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란, 내 집과 내 방만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서 내려놓지 못한 것들은
모두 정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비우지 않고서는 채울 수 없듯이 무언가를 놓지 않고서는 새로운 기회와 시작을 할 수 없다.


 <신박한 정리>에서도 출연인 모두 저마다 변화된 공간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다짐 하나씩을 한다. 그들이 이제 여기서 공부도 하고, 내 작업도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물건을 비움과 함께 마음도 비우는 연습을 하면 변화는 시작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물건을 버리든지, 마음을 정리하든지 둘 중 지금 나에게 더 쉬운 것을 먼저 실천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좋고 힘들었던 기억 속 물건은 떠나보내고, 온전한 추억으로만 마음속 기억에 남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소크라테스>





해운대 한 카페에서   by @namu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