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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12. 2020

연연하지도, 멀리하지도

인간관계는 인생의 꾸준한 숙제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간다. 인간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관계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의 경험이 적다고 해서 특별히 관계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관계란 인생을 살아가면서
꾸준히 풀어야 하는 숙제 같다


 간혹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자기 판단을 통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사람을 보면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귀신같이 바로 분류해내고 이를 기반으로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방어 기제에서 나온 행동이겠지만 때로는 이러한 습성이 정말 좋은 사이가 될 수도 있는 관계를 흘러 보내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고 편안해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사람을 관찰하고 어떤 사람인지 분류해내는 습관은 날이 갈수록 익숙해져 갔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딱, 두 가지 분류로 말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어야 하는 것임을 배웠다.


너무 연연하지도, 너무 멀리하지도
말아야 한다


 나에게는 십 년 지기 제일 친한 친구가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해져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좋은 친구이다.

 여중, 여고를 나오면서 느낀점은 항상 같은 반 안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 무리에 포함되지 않은 친구 간에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정해진 무리들의 끈끈함으로 이탈하기 어렵다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한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나 장벽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 안에서 모든 친구들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또 아니었지만 말이다.


 십 년 지기 그 친구는 나와 같은 무리는 아니었지만 같은 반에서 볼 때마다 나와 참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이 자꾸만 들었던 친구였다. 이동 수업 때면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늘 내 앞자리에 앉았던 친구에게 하루는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걸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같은 반임에도 대화 한번 나눠본 적 없던 사이에 한 마디를 건넨다는 건 그 시절엔 나름의 용기였다. 그 친구와 왠지 잘 맞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이끌림마저 없었다면 우린 영영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정말 친해질지 몰랐던 친구와 평생지기 친구가 되기도 한다. 저 사람은 참 나랑 다르고 멀기만 한 사람 같아 보여도 하루아침에 생각지 못한 계기로 베스트 프렌드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이 사람은 나와 마음이 참 잘 맞아서 평생 인연이 되겠다 했지만 하루 사이에 남남처럼 멀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관계와 인연은 내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 몇 번 대화를 나눠보고 그 사람과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를 점쳐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항상 명심해 두어야 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너무 연연하지 말되
선입견을 가지고 너무 멀리하지도 말기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쉽게 말해 취사선택해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는 원활한 관계를 맺어서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고,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으로 관계가 어색해지면 일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도 덩달아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선택하는 관계가 아닌 관계에 포함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때부터는 나의 인간관계론이 자연스럽게 바뀌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순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서 그 사람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관계를 맺지 못했을까?


 모두와 아무런 문제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한 몫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표현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맞춰나가는 것보다 내가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여 한쪽에 맞추는 편이 훨씬 더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계는 쉽지만 늘 편하지 않았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후 순위로 두고 일방적으로 맞추는 관계는 편하지 않을뿐더러 오래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어린왕자>


 각자 너무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오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변화에 맡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강하게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에 들이는 힘을 조금씩 빼면서 말이다.




산정호수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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