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인생의 꾸준한 숙제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간다. 인간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관계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의 경험이 적다고 해서 특별히 관계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관계란 인생을 살아가면서
꾸준히 풀어야 하는 숙제 같다
간혹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자기 판단을 통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사람을 보면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귀신같이 바로 분류해내고 이를 기반으로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방어 기제에서 나온 행동이겠지만 때로는 이러한 습성이 정말 좋은 사이가 될 수도 있는 관계를 흘러 보내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고 편안해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사람을 관찰하고 어떤 사람인지 분류해내는 습관은 날이 갈수록 익숙해져 갔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딱, 두 가지 분류로 말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어야 하는 것임을 배웠다.
너무 연연하지도, 너무 멀리하지도
말아야 한다
나에게는 십 년 지기 제일 친한 친구가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해져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좋은 친구이다.
여중, 여고를 나오면서 느낀점은 항상 같은 반 안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 무리에 포함되지 않은 친구 간에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정해진 무리들의 끈끈함으로 이탈하기 어렵다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한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나 장벽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 안에서 모든 친구들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또 아니었지만 말이다.
십 년 지기 그 친구는 나와 같은 무리는 아니었지만 같은 반에서 볼 때마다 나와 참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이 자꾸만 들었던 친구였다. 이동 수업 때면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늘 내 앞자리에 앉았던 친구에게 하루는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걸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같은 반임에도 대화 한번 나눠본 적 없던 사이에 한 마디를 건넨다는 건 그 시절엔 나름의 용기였다. 그 친구와 왠지 잘 맞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이끌림마저 없었다면 우린 영영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정말 친해질지 몰랐던 친구와 평생지기 친구가 되기도 한다. 저 사람은 참 나랑 다르고 멀기만 한 사람 같아 보여도 하루아침에 생각지 못한 계기로 베스트 프렌드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이 사람은 나와 마음이 참 잘 맞아서 평생 인연이 되겠다 했지만 하루 사이에 남남처럼 멀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관계와 인연은 내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 몇 번 대화를 나눠보고 그 사람과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를 점쳐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항상 명심해 두어야 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너무 연연하지 말되
선입견을 가지고 너무 멀리하지도 말기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쉽게 말해 취사선택해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는 원활한 관계를 맺어서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고,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으로 관계가 어색해지면 일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도 덩달아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선택하는 관계가 아닌 관계에 포함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때부터는 나의 인간관계론이 자연스럽게 바뀌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순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서 그 사람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관계를 맺지 못했을까?
모두와 아무런 문제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한 몫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표현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맞춰나가는 것보다 내가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여 한쪽에 맞추는 편이 훨씬 더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계는 쉽지만 늘 편하지 않았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후 순위로 두고 일방적으로 맞추는 관계는 편하지 않을뿐더러 오래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어린왕자>
각자 너무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오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변화에 맡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강하게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에 들이는 힘을 조금씩 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