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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26. 2020

반드시 치열해야만 할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의 힘

 어느 날, 함께 일하는 직원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A: 아이가 열이 나서 반차 쓰고 병원 좀 다녀올게요.

나: 저런, 큰일이 아니어야 할 텐데..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A: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다시 와야 하나요?

나: 네?(둥절) 아.. 다녀오시라는 게 그냥 퇴근하시라는 말이에요~

A: 아 네..


 그렇게 보내드리고 나서 갑자기 ‘다녀오세요'라는 단어에 꽂혀 생각이 많아졌다.


 어릴 적에 우리는 아빠가 출근하시면  앞에서 '아빠, 조심히 다녀오세요.'라고 이야기했었다. 일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셔서  반겨주세요 라는 의미였다.


 문득,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주는 의미와 돌아갈 곳이 없는 삶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 주는 치열함


 이 두 가지 중에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어떤 편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더 좋을까?

 어떤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는데 더 적합한 상황일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으면 안일해지기 때문에 돌아갈 곳을 과감히 떠나거나 혹은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제2의 인생도 생각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지금 나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어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플랜 B를 세워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일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또 다른 준비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플랜 B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나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안도감이 오히려 새로운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는 IT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어릴 적 내가 가졌던 또 하나의 꿈이 있었다. 막연히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언젠가 근사한 책을 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던 것도 어릴 적 꿈이 잊혀지지 않아 조금씩이라도 글을 써보자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꼭 글을 쓰고 책을 낸다라는 꿈에 온전히 올인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직장에서 내 일을 하면서도 어릴 적 내 꿈과의 거리도 점점 좁혀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씩이라도 시작하면 꿈에는 가까워진다


 만약, 글 쓰는 게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업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돌아갈 곳도 없는 상태로 뛰어들었다면 과연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 이런 글을 써봐야지 라는 설레임의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을까 싶다. 되려 나만의 글을 쓰기보다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과 그 환경이 만들어주는 치열함에 유명 작가들의 글과 필력을 체득하고 공부해서 얼른 내 몫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지금처럼 쓰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은 직장에서 내 일도 열심히 하고 그 안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글로 표현해내면서 언제 올지 모를, 하지만 반드시 오게 되는 플랜 B 인생을 천천히 준비해나가고 있다.


니 생각에

잠 못 이뤄


<하상욱 단편시집 출근 중에서>


 하상욱 작가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공감할 수 있는 짧은 편의 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었다. 그는 우스개로 ‘시팔이’라고도 불린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이 꿈을 이뤄서 좋으시겠어요 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제 꿈은 만화가였는데요?

 제 꿈이 작가였으면 전 이런 글 못썼을 거예요.


 하상욱 작가의 진짜 꿈은 만화가였다고 한다. 작가는 본인이 처음부터 꾸던 꿈은 아니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를 써낼 수 있었고 만약 자신의 꿈이 작가였다면 절대 이런 글을 쓰지 못했을 거라고 답했다.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면 나만의 생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치열함을 줄 수는 있지만 성공에 대한 조급함으로 나만의 것을 못 만들어낼 수도 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데에서 오는 조금의 안도감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만의 것을 천천히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줄 수 있다.


우리에겐 언제나 플랜 B가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한 가지 꿈만을 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모 아니면 도의 꿈만 있지는 않다. 용기 내서 다 접고 한 가지 꿈에 올인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겁한 것도 아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면 비록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진정한 첫 번째 내 꿈이 아닐지라도 플랜 B를 실현할 수 있는 순간이 올 때 내보일만한 무기를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할 수 있다.


 꿈이 꼭 치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아 이게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뤄내는 것이 꿈이라면 그 과정이 과연 행복할까 싶다. 꿈을 이루는 과정은 언제나 서툴고 낯설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이 있겠지만 조금씩 하다 보면 결국 나만의 무기가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내고 남은 시간에 설레임으로 또 다른 꿈에 임해보는 것도 비겁한 선택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접어두고 치열하게 임해야 하는 것만이 꿈을 이뤄내는 길은 아니다. 조금 둘러갈 수도 있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갈 수도 있다.


꿈을 위한 나만의 루트를 찾는 것이다


어차피 100 인생 아닌가?

인생은 길다.


을지로 한 와인바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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