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에 대하여
최근들어, 자존감을 주제로 한 책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자존감을 주제로 한 책이면 홀리듯이 구매를 해서 수 십 권을 읽어왔지만 서점에서 책을 사듯 자존감이 구매해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면 좋으련만 현대인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속된 자존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어릴 적부터 환경에 따라 쉽게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모르게 주위 사람들과 비교를 하면서 나 자신에게서 기준을 찾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기죽고 위축되고, 반대로 남보다 더 나은 것처럼 느껴질 때에는 우쭐대면서 안도의 마음을 갖기도 했다.
누군가 비교라는 감정을 습관처럼 지녀야 한다고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어렸을 적부터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는 자연스럽게 체득한 관계의 방식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나 자신을 얼마나 갉아먹는 일인지도 모르고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한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 때에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무관하게 불행함을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회사를 다니고 돈이 많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쁘고 잘생겼다고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자존감이 낮으면 사람들의 칭찬과 부러움의 표현에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타고 나는 걸까?
하지만, 태어나면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자라오면서 남과 비교하는 혹은 비교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한 아이의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띵하고 맞은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다.
신이 자신에게 무엇을 안 넣어준 것 같나요?
한 예능 프로그램의 MC가 ‘신이 자신에게 무엇을 안 넣어준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한 가지씩 이야기했다. 적극성, 용기, 처진 눈, 낮은 코, 경제력 등. 평소에도 늘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인 것 마냥 저마다 한 가지씩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이는 신이 처음부터 저를 잘 못 만드신 것 같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수많은 답변들 중에서 한 아이의 답변은 놀라웠다.
신께서는 저에게 남김없이
전부 다 주신 것 같아요
슬픈 문장도 아닌데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 중 하나이지만 살면서 저렇게 대답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모두가 신이 나에게 준 장점과 단점을 나눠가고 있을 때, 신은 우리 모두를 부족함 없이 만드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면서 충격과 함께 나를 깊이 돌아보게 되었다.
분명 내가 가진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보지 못하고 늘 옆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더 채우고 싶은 것을 두고 비교와 불평만 했었다.
존재 자체로 만족하는 것.
비교는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습성이기에 경쟁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나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만족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를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기준에서 내보일 만한 내용들이 있어야 하고 ‘그저 나여서요.’라는 내 존재가치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나를 설명하고 설득해 보이지 못한다고 해서 원망하고 나를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도록 두는 것은 멈춰야 한다. 이제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이 아이의 말을 계속 기억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신은 이미 나에게 전부 주셨다는 것을
기억하기
지금 내 존재가 많은 사람에게 인정되고 있는 그대로 존중받지 못하더라도 나는 이미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하기.
위 내용과 별개로 처음 글을 쓰면서 걱정이 된 부분이 있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의 기억을 통해 일상에서 무수하게 받는 상처들을 덮고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한 글이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저는 아직 좋은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는데요.', '제 주위에는 절 해하려는 사람밖에 없어요.'라고 하면 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그런 사람이 당신에게도 꼭 나타날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지금 너무 힘들고 아픈데 그런 인연과 만남이 제 때에 찾아와 주지 않는다면 영상 속에서라도 좋은 기억들을 취해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심코 본 예능 프로그램의 영상 속 아이의 한 마디로 마음의 위로와 깨달음을 받은 것처럼 삶 속 너머에도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와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힘들고 아팠던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며 공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내 옆에서 직접 눈을 맞추고 교감하며 만나는 교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좋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 매체를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그 빈자리가 채워졌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