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흔히 말하는 부지런한 마음가짐으로 일하라는 조언이 담긴 속담으로 누구나 한번 즈음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이 속담을 패러디하는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그 새에게 잡아 먹힌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당 패러디도 나름 설득력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늦게 일어난다고 해서 늦잠꾸러기 벌레가 새에게 안 잡아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늦잠꾸러기 새도 있기 마련이니...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일찍 일어나도 문제고 늦게 일어나도 문제라면 도대체 벌레는 어쩌란 건지...
매주가 '월화수목금금금'이던 회계법인과 컨설팅법인을 뒤로하고 퇴사한 후에
나는 나름 유유자적한 회사 생활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한 1년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다가 문득 이러다가 도태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을 하기로 하였다.
아침 5시 50분 즈음에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7시 30분 정도였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서 신문도 보고 책도 읽던 시간은 나름 뿌듯함을 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을 점점 앞당 기지 더니 7시 정도에 사무실에 도착하는 것이 일상이 되기도 하였다.
나름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을 꿰한 이유 중 하나는 소위 말하는 '지옥철'을 피하고 느릿느릿 출근을 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 새벽에 출근하는 입장도 '전쟁'을 방불케 했다.
난 아침에 그렇게 많은 분들이 출근을 하는지 정말 몰랐다. 특히나 지하철 첫차에는 출근하려는 많은 사람들도 무척 붐뷔기까지 하였다. (첫차 이후에는 오히려 더 한산하다.)
첫차를 타면 아무도 없는 객차에 앉아 여유를 즐기리라는 내 상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또 다른 문제는 출근이 몰리는 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지하철의 배차 간격이 무척 길다는 점이었다.
내 출근 경로는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했는데 배차 간격이 맞지 않으면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20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그 새벽에 갈아탈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뛰어서 움직이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1년여 동안 '아침형 인간'으로 체질을 개선하면서 여전히 나는 이러한 상황이 불만이었다.
일찍 일어난 사람만의 여유를 조금 누리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아침형 인간들과 함께하는 리그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리그에도 여전히 경쟁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아쉽지만 세상 어디에도 경쟁이 없는 곳은 없다는 생각 말이다.
정리해보면,
아침에 일어난 벌레는 아침에 일어난 새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낮에 일어난 벌레 또한 낮에 일어난 새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안타깝지만 우리는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변화면서 리그가 달라질 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