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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Feb 18. 2021

이제는, 사랑하는 아쉬탕가

움직이는 사람TYPE_요가


처음에는 아쉬탕가 수업을 싫어했다. 힘들어도 너무 힘이 드니까. 수업 시작 단계부터 수리야 나마스카라A를 5번, B를 3번 반복하는 동안 이미 가진 힘의 절반은 빠져 버렸는데, 시계를 보면 수업 시간은 겨우 10분 정도 지나있었다. 수업이 끝나려면 아직 5~60분이 남아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동작을 할 때마다 마치 '엎드려뻗쳐!'를 당하는 것 같은, 견상자세(다운독 자세)는 왜 모든 동작마다 들어가는지. 선생님이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서엇~" 하고 느리게 숫자를 셀 동안, 나는 포기 직전의 기분이 되었고, 식은땀이 삐질삐질 솟아올랐다. 물론 제대로 된 자세를 유지할 수 없었고, 차라리 빨리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 다운독 자세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설상가상 다운독 자세 전에는 업독이 있었고, 업독을 하기 위해서는 푸시업 자세에서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가는 차투랑가를 거쳐야 했다. 초보인 나는 조금 더 쉬운 방법을 택해서, 무릎을 바닥에 댄 채 서서히 푸시업 자세로 내려갔지만, 그마저도 힘들어서 '털썩, 털썩' 매트 위로 투박하게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싫었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요가는 단순히 하나의 동작이 끝나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  마치 쇼를 하듯 '짜잔'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동작과 동작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이 있었다. 아쉬탕가는 그 흐름이 더 촘촘하고 강도 있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초보이지만 한 동작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모든 동작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따라 하려다 금방 진이 빠져버리곤 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빈야사
차투랑가-업독-다운독


체형적인 특성이랄까, 나는 키에 비해 비교적 넓은 직각 형태의 어깨를 갖고 있는 데다, 그 어깨는 살짝 안으로 말려있기까지 하고, 팔의 회전력도 좋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다운독 자세가 많은 아쉬탕가가 유난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크게 뻗은 'ㅅ'모양을 떠올리게 하는 다운독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문 같았고, 꼭 벌 받는 사람처럼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다운독 자세에서 버티려고 애썼다. 어깨를 몸통에 딱 끼우고, 발바닥을 매트 위에 딱 붙인 채, 안정감 있는 'ㅅ'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질 못했다. 내보내는 힘과 들어오는 힘을 50대 50으로, 안팎의 균형을 유지하면 참으로 편한 자세라고 들었는데, 내 경우에는 온 힘이 팔과 어깨에 쏠려 다운독 자세가 불편하지 그지없었다.


요가를 한다고 하면, "요가 그거 스트레칭 아니야?" "유연하겠네~" "운동 안 될 거 같은데" 등등 '툭'하고 무심히 한 마디를 던지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럴 때는, 내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요가매트 위에서 씨름하듯 버티고 있는 아쉬탕가 수업을 적극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차올랐지만, "안 그래. 해 보면 달라~" 정도로 넘어가곤 했다.


유연성 50, 근력 50
&
힘을 빼면서도 잡아주는 힘 유지하기


단순히 유연성만 넘쳐나거나 근력만 있어서는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없다. 대부분의 운동이 그런 것 같지만. 나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던 다운독 자세만 하더라도, 유연한 상체를 뽐내듯 바닥으로 활처럼 기울여 내리는 게 아니라, 척추가 휘거나 허리가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바르게 일자로 유지하면서 머무르는, 소위 '잡아주는 힘'이 필요하다. 반대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버티다 지나치게 힘을 써서 허리나 어깨에 힘이 쏠리거나 경직되어서도 안되고. 

안정감 있게 어깨를 몸통에 딱 끼우고, 발뒤꿈치까지 온전히 매트에 붙이고, 골반과 엉덩이를 천장을 향해 시원하게 뽑아 올리는 느낌. 그 '평형 상태'를 잡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선생님이 '잡았다 요놈!' 하듯이 작정하고 동작을 하나하나 잡아주는 날에는 그래도 그와 같은 '평형' 상태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려웠다. 감만 잡으면 될 것도 같은데, 그 '감'을 온전히 몸에 붙이기까지 시간이 참 많이도 필요했다.  



지금은 아쉬탕가가 정말 좋다. 코로나로 인해 요가 수업을 갈 수 없는 동안, 홈트용 요가 매트를 따로 구입했고, 유튜브를 열심히 뒤지며 활용하기 시작했다. 요일 별, 컨디션 별, 시간 별 등 정말 좋은 구성의 요가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었고, 내 몸이나 기분 상태에 맞추어, 집에서도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최소 주 2회는 아쉬탕가 수업으로 내 운동 스케줄을 채우면서.


셀프 고문에 가까웠던 애증의 다운독 자세는, 이제 조금 몸이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상체를 펴는데 집중하느라 곧게 펼 여유가 없었던 무릎도 굽히지 않고 펼 수 있게 되었고, 매트에서 살짝 띄운 채 바들바들 떨며 버티던 발 뒤꿈치도, 매트에 딱 붙일 수 있게 되었다. 나름대로 깨끗한 'ㅅ' 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정말로 편해졌다. 반복되는 다운독 자세는 수업 끝으로 갈수록 더 예뻐졌고, 더 시원해졌고, 힘도 쉽게 빠지지 않았다. 쓸데없는 힘이 새어 나가지 않은 덕분인지 다운독 자세를 반복할수록 기분 좋은 평온함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열심히 반복해서 한다고 해서, 비교적 이렇게 쉽게 내 노력에 비례해서 바뀌어 주는 게 있을까. 세상에는 내 노력과 시간에 대해 코웃음 치듯이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를 내어주는 것들 투성이고, 뜻대로 되어 주지 않는 것들이 넘쳐 난다. 그렇지만 요가는, 바뀌어 주었다. 나의 몸이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었고, 내가 쌓아온 시간을 배신하지 않았다. 일이든 사람이든 다른 것에서 그런 결과물을 얻은 적이 있었던가, 하고 되짚어 보면 자조적인 코웃음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슬픈 대답만 떠오른다. 그런데 요가는 내 몸으로 시간을 들이고, 따라서 움직이면, 그 결과물을 서서히 스미듯이 보여준다. 그래서 놓을 수가 없다.



사진 출처: Image by AndiP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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