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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Sep 05. 2019

이혼은 처음이라서요! #6 대사관이 이혼도 해줘요

사랑이 떠나간 공간은 더 이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항상 서로를 의지하던 길냥이 커플이 오늘은 등을 돌리고 자고 있다. 이들도 부부싸움을 한 모양이다.


재외국민 이혼, 꼭 해야 된다면

     

한국에서 결혼해 이민을 떠난 재외국민들은 영주권자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국적은 한국인이다. 그래서 이혼을 할 때에도 관할 법원은 살고 있는 현지가 아닌 한국이다. 물론 현지에서 결혼한 경우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 아이의 경우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는 영국과 한국 두 나라에 동시에 했다. 영국은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신분이 영국 시민권자가 아니면 영국에서 태어났다 할지라도 바로 영국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 부모의 신분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아이도 한국인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일정기간 학교를 다니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결혼했어도 혼인신고는 양쪽 국가에 다 해야 한다. 아니면 한국에 먼저 하고 영국에는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시민권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재외국민 이혼 절차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영국 런던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대사관에서 한국의 가정법원으로 송부해 준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도 같은 시스템일 것이다. 그럼 한국의 가정법원으로부터 연락이 오고 나머지 절차는 한국에서 진행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배우자 중 한 명이 한국에 있을 경우에 해당된다. 부부가 떨어져 있지 않고 영국이나 미국에 산다면 현지 대사관에서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거나 한국에 와서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현지 대사관에 문의하면 자세하게 알려준다.

              



부부의 이혼 합의

     

일단 중요한 것은 부부의 이혼에 대한 합의 문제이다.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이혼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판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재판을 하려면 관할지 법원이 있는 한국으로 들어와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아내와 합의 이혼이기 때문에 재판이란 절차 없이 이혼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혼을 하려면 가능하면 부부가 먼저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그다음 절차들은 상당히 간단하다. 물론 두 번의 교육도 이수해야 하고 판사의 최종 판결도 남아있지만 모두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다. 교육과 3개월의 숙려기간 및 판사의 최종 판결절차까지 만든 이유는 그 과정에서 마음이 바뀌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서버린 사람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도 사랑이 떠나간 공간에서 삶의 지속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이혼은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이고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참치나 연어가 식자재로 사용되려면 부위별로 해체되듯이 가족도 이혼이라는 법 절차를 통해 해체된다. 어제 까지 부부였던 남녀가 그 순간 남이 되어버리는 것이 이혼이다.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시댁과 처댁의 모든 관계들은 단절되어 무로 돌아간다. 이처럼 이혼이라는 태퓽은 모든 것을 뿌리 째  뽑아낸다. 모든 것을 날려버린 다음 결혼 전의 처음 상태로 원상 복귀시킨다. 자녀라는 단 한 가지의 예외만 인정하고 나머지의 모든 관계는 사라진다.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서류대행  

     

사실 나에게는 이혼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하게 들렸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혼이라는 것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감회나 삶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한국 내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의 이혼 절차는 잘 모른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해외에 거주하는 현지 영주권자들의 이혼 절차를 이번 기회에 소개하고 싶다. 물론 진행 단계이기 때문에 나중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이번이 처음 하는 이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자 중의 한 사람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경우에도 이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통로 역할을 주재국 한국대사관에서 친절하게 해주고 있었다. 한국의 친절한 서비스 정신은 은행 창구를 넘어 재외공관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즉, 영국에서 아내가 이혼 서류를 작성 후 서명해서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제출하면 한국대사관측에서는 해당 서류를 본국 가정법원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면 본국 가정법원에서 나에게 전화로 연락이 온다. 그리고 자녀가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두 가지 교육을 받고 3개월의 숙려기간을 기다리면 3개월 후에 판사가 최종 판결을 내린다. 합의 이혼일 경우 대부분 통과되어 이혼이 성립된다고 한다. 단, 두 차례의 판결 기일 중 한 번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두 차례 모두 참석하지 않으면 이혼은 성립되지 않는다. 만약 자녀가 미성년자가 아닐 경우에는 한 가지 교육만 받으면 된다. 그리고 3개월간의 숙려기간도 필요치 않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 가정법원은 양재동에 있다. 관할지 법원은 선택해서 이관 신청을 할 수 있다. 전화로도 간단하게 처리된다. 이처럼 합의이혼일 경우, 해외 거주자도 절차가 상당히 간단해졌다. 그 이유는 국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이혼하는 부부들이 많다는 반증이어서 씁쓸한 면도 있다. 너무나도 생경하고 어색한 이혼이지만 절차가 이렇게 간단할 줄 몰랐다. 한국의 서비스 정신은 느려 터진 영국이나 유럽에 비해 참으로 빠르고 놀라운 나라로 변해 있었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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