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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Jul 24. 2019

하루 만에 책 쓰기 #5 자기 발견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자신과의 대화

     

책 쓰기를 하면서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과의 대화 없이 책을 쓰기란 불가능하다. 책 쓰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지 않고는 진솔한 글들이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과의 대화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쉽지 않았다. 나 자신과의 대화라니 참으로 난감하였다.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자신과 대화를 한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미친 사람들이나 가능한 중얼거림 쯤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하였다. 그래도 일단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화장실의 거울을 보고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10분을 목표로 아무 이야기나 시작하였다. 어찌나 어색하고 이상한지 첫날은 몇 분을 넘기지 못하였다. 하지만 차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체계적으로 시작하였다. 일단 주제를 정하여 10분 이상을 시도하였다. 내가 거울 속의 나에게 묻고 답하는 방식이었다. 너무도 재미있고 신기하였다. 그러면서 점점 거울 속의 나를 토닥여주고 위로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하기도 하였다. 한 달이 지나자 이제는 단지 자신만의 대화를 넘어서 강의나 연설을 시작하였다. 심취할 때는 1시간 이상을 거울과 마주하고 있었다. 때로는 영어로 강의하기도 하였다. 누가 보면 완전히 미친 사람이라고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무엇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는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너무나 아팠고 힘들었다. 육체적인 아픔은 아픔도 아니었다. 문제는 정신적인 아픔이었다. 정신적인 아픔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지난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생과 사를 생각해야 할 만큼 심각하였다.

     

비로소 내가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글쓰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글쓰기가 가져다준 커다란 축복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모든 내면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꺼내서 먼지나 찌꺼기를 털어내는 행위보다 훨씬 더 강렬한 행동이 수반된다. 그렇게 글쓰기를 할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50년 이상 단절된 자신과의 대화는 너무도 간극이 깊었다. 아니 단절되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아예 시도조차 없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자존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내 인생을 살아왔는지 의문이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의미를 부여할 만큼의 인생은 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이제라고 책 쓰기를 통해 나는 나 자신을 찾았고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끊임없는 내면의 대화는 나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좀 더 내공이 깊은 글들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더욱더 공부하고 성찰하는 삶이 바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상처 치유

     

책 쓰기에 치유의 마법이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자유를 찾은 것 이상의 크나큰 선물이자 축복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상처와 그로 인한 아픔이 있다. 육체적인 상처야 금방 아물 수 있지만 정신적인 상처는 이야기가 다르다. 정신적인 아픔은 그 종류도 많고 치유법도 다양하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내가 겪은 특정 상처의 치유사례를 들어보겠다.

     

사실 나는 우울증 환자였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다. 물론 조석으로 약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우울증이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발병되었는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몇 년 전에 처음 우울증 증세를 접하였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무시하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우울하고 기분이 다운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정기적인 패턴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나의 나약해진 정신력을 질책하며 더욱더 나를 다그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였다.

     

기존의 사업에 새로운 사업까지 무리수를 두어가며 시작하였다. 물론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나는 더욱더 우울해지기 시작하였다. 밤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하루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견디기 버거운 날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버티고 또 버텼다. 아무리 생각해도 버틸 수 없는 임계점에 들어서고 있을 무렵 누군가에게 내가 우울증을 알고 있다는 SOS를 보내고 싶었지만 주변에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물론 아내는 공황장애로 한국에 치료차 가 있는 상태였다. 아들은 보호자로 같이 갔다.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지옥의 문턱을 넘어서는 기분을 여러 번 느끼면서도 나는 힘겨운 일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GP의 개인 주치의에게도 찾아갔지만 영국 국민의 절반은 우울증 환자라는 설명과 함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라는 고마운 충고만 듣고 나왔다.

     

결국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였다. 친구들은 즉시 한국으로 들어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충고하였다. 우울증이라는 병을 허투루 보면 큰일 난다는 위기감까지 심어 주었다. 그러면서 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한국으로 갈 수가 없었다. 나마저 한국으로 가면 가계가 문제였다. 물론 매니저를 비롯하여 직원들이 잘 꾸려 갈 수 있겠지만 주인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가계를 맡겨두고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결국은 지난해 여름 가족이 3년간의 한국 생활을 청산하고 영국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한국으로 나올 수 있었고 본격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증세가 호전되었다가도 약물을 잠시 끊으면 다시 나빠지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약물의 효과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도 치료는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해가 바뀌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책 쓰기에 입문하였다. 나에게 책 쓰기는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었다. 그래서 매주 한 권씩 책 쓰기 프로젝트에 도전하였다. 간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 쓰기를 하면서 우울증이 치유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진척이 없어서 장기 치료를 계획하시던 담당 의사 선생님이 더 놀라셨다. 1주일에 두 번 받던 상담치료도 이제는 2주에 한번 정도로 줄었다. 책 쓰기가 나에게 선물한 마법 같은 일이었다.

     

사실 매주 한 권 책을 써내려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살아야만 가능하다. 준비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다. 그 좋아하던 술도 거의 끊다시피 하였다. 술 마실 시간도 친구 만날 시간도 없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책 쓰기를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나는 행복한 삶을 되찾았다. 내가 매주 한 권씩 책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아실현

     

자아실현이라는 단어는 참 쉬우면서 어렵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 중 하나이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설명해 보라고 하면 막상 말문이 막히고 만다. 내가 생각하는 자아실현을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자존감을 가지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뜻한 바를 이루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자존감이라는 단어도 나답게 산다는 것도 또한 쉬운 용어는 아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결국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고 알아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려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지속적인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단순히 자신과의 대화만으로 자신을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수행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끝도 없는 마라톤에 나서게 된다.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 선까지 자기를 계발해야 하는지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지만 결코 멈출 수도 없는 과정이다. 옆집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가니까 나는 피아노에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따라가는 과정 같은 느낌이 바로 자기 계발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기 계발을 아무리 해도 자신이 계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심히 해도 마찬가지다. 저자처럼 되지 않는다. 멋진 문구들과 성공담들은 그저 저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라는 걸 뒤늦게 알지만 그래도 자기 계발을 멈출 수는 없다.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옆집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가는 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도 피아노 학원을 계속 다녀야만 한다.

     

하지만 책 쓰기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잘못된 자기 계발을 비로소 중단할 수 있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기 계발이 아니었다. 바로 자기 발견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2시간짜리 강의를 듣고 나는 하루만의 책 쓰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매주 한 권씩 쓰고 있다. 어렵다고 느껴본 적도 없다.

     

내가 이렇게 갑자기 책을 쓸 수 있다는 능력은 바로 자기 발견이었다. 지난한 자기 계발을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니다. 이미 나 자신의 내부에는 책을 쓸 수 있는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다. 내가 감히 어떻게 책을 쓸 수 있느냐는 골이 깊고도 깊은 편견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편견이라는 낙엽을 몇 장 뒤척이자마자 내재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내 안에 숨겨진 나를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단지 책 쓰기를 예로 들었을 뿐이다. 우리 안에는 이미 많은 분야의 천재성이 숨겨져 있다. 자기 계발을 통해 그 천재성을 계발하려 하지 말라. 일단 발견해 보고 없으면 그때 자기 계발을 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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