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종교는 축구교였다!

미스터리(Mr. Lee) #3. 영국, 너 잠깐만!

by 런던남자

6화. 국교가 성공회야 축구교야?


”전역 후 변해버린 캠퍼스 풍경들과 권력에 대한 미련“


영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축구다. 축구의 종주국답게 축구가 거대한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영국에서 축구 빼놓고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대학시절 예비역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군대 이야기다. 군대 경험이 없는 여학생들이 더 자연스럽게 군대 이야기를 할 정도로 단골 메뉴였다. 거기에 한술 더 뜨는 진상 메뉴도 있다. 바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다. 그만큼 예비역 선배들에게 군대는 생활의 모든 것을 지배할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 그 시절의 군대는 2년이 아니라 3년이었다. 군에서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편지도 서신검열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군에서 전역하면 군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벼르며 살았다. 그런데 예비역에게 군대 배 놓고는 막상 할 이야기가 마땅치 않았다.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해본 그로서는 군대 이야기 말고는 할 이야기가 없었다. 다행히 영국 어학연수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무늬만 학생이던 시절이었고 세월도 변해 있었다. 더 이상 화염병 던지며 막걸리나 마시던 그런 문화는 없었다. 모두가 도서관에서 머리 처박고 면학 분위기에 심취해 있었다.


그도 하는 수없이 토익과 토플 공부라도 해야 했다. 팔자에도 없는 대학원 공부도 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대학원 공부였는지는 그도 모른다. 아마도 그 권력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시골 출신의 그가 권력을 가지려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법고시에 패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았다. 승산 없는 게임으로 청춘을 날리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노력해 작은 권력에라도 빌붙어 살아보려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S대 대학원 시험에 한차례 낙방하고 그마저도 접었다. 심지어 모교 대학원 시험에도 낙방하였다. 권력을 위한 몸부림은 대학원마저도 쉽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취직을 하였다. 그 시절에는 취직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IMF 훨씬 이전이었고 그 당시 국민들은 지금처럼 찌질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IMF를 겪으면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나아지질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영국 이민을 택한 것도 그 권력에 대한 마지막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유토피아 하나쯤은 키우고 산다. 그의 유토피아는 영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 가서 20년 동안 고생만 죽도록 하고 살았다. 그가 택한 자발적인 고생이라서 누구를 탓하지도 않는다.


”영국의 국교가 뭐지? 성공회야 축구교야?”


영국의 국교는 성공회다. 성공회의 수장마저도 캔터베리 대주교가 아닌 영국 여왕이다. 여왕님은 직함도 많고 바쁘신 분이 맞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들 찰스 왕세자는 70이 넘은 노인이 된 지 오래다. 아들이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 찰스는 다이애나와의 불화와 옛 여자 친구와의 재혼으로 영국민들의 눈 밖에 난 것이 사실이다.


한 때 영국 왕위 계승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여왕 서거 시 찰스를 패스하고 해리 왕자의 형인 앤드류 왕자에게 왕위를 넘기라는 것이다. 이 문제로 한 때 말들이 많았다. 문제는 여전히 엄마인 여왕님께서 정정하시다는 것이다. 95세가 넘었지만 선위 계획도 없다. 세계 최고령 왕자 찰스는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하다. 그렇다고 엄마가 죽기를 바랄 수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80세나 되어야 왕위를 물려받을지 모른다. 그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가 먼저 죽을 수도 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기 때문이다. 왠지 찰스 할아버지가 측은해지기까지 한다.


“영국의 교회를 2년이나 다니다. “


그가 영국에서 교회에 나가 본 것은 2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영국 성공회를 잘 알지 못한다. 무신론자였던 그가 교회에 나간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전에 친구가 필요해서 교회에 나간 것이었다. 한인 사회에 동화되지 않으려는 의지는 교회마저도 영국 교회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그 교회가 성공회 인지도 모르고 나갔다. 운영방식이 한국의 교회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놀라운 사실은 교회에 젊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중년이나 노인들이었다.


그렇다면 일요일에 그 많은 영국 젊은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교회가 아니면 어디 놀러 라도 간 것일까? 아니면 게으름을 피우며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바로 축구였다. 일요일만 되면 오전에는 축구장에서 오후에는 선술집 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펍에 모여서 식사도 하고 축구 경기도 즐기는 것이었다. 사실, 유럽에서 교회의 의미는 한국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였다. 교회를 다니는 연령층도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교회는 상징성이 강한 장소였다. 그 상징성은 한 인간의 일생을 주관해주는 것이었다.


영국이나 북유럽에서 아기로 태어나면 세례나 영세를, 청년으로 성장하면 결혼식을, 죽어서는 장례식을 치르는 곳이다. 일생을 교회가 함께 한다. 종교가 하는 사회적 역할은 대소사 정도다.


그 외에 교회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처럼 헌금이나 십일조를 강요하지 않는다. 밥을 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예배가 끝나면 현관에 약간의 쿠키와 커피나 티가 전부였다. 심지어 의자도 없다. 서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 번은 왜 밥을 주지 않느냐고 신도중 한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궁금하면 참지 못한다. 한국 교회들은 점심을 주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밥을 왜 교회에서 먹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밥은 집에서 가족들과 먹는 것이란다. 어려서 한국에서 교회 좀 다녀본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십일조 내라는 말도 밥을 준다는 말도 없이 각자 자기 볼일만 보고 돌아간다. 한국에서는 밥 잘 주는 교회나 예쁜 여학생이 많은 교회로 갈아타기도 했던 그였다. 이는 영국뿐만이 아니었다. 북유럽에서도 비슷하였다. 교회가 기업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곳은 거의 없었다.


”영국에서 축구 경기를 직접 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젊은 사람들은 일요일이면 축구장이나 펍으로 향하였다. 그들의 종교는 더 이상 교회나 성당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축구 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축구가 하나의 종교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유난히 축구를 좋아하는 그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축구 티켓을 1년짜리를 통째로 산단 말인가! 그 티켓을 시즌 티켓이라고 하였다. 구단 입장에서는 그러한 광신도인 열혈 팬들을 위해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즌 티켓을 구입하지 못하는 그와 같은 사람들은 영국에 살아도 축구경기 한번 보기 어렵다.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라도 오면 암표를 사야 한다. 그 암표 한 장은 쌀이 몇 가마 가격이다. 그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심지어 TV에서도 중계를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주말이면 펍에 가는 것이다. 펍에는 대형 스크린으로 축구 경기를 생중계해준다. 거기에 맛있는 생맥주들이 널려있다. 영국에는 생각보다 축구 교 신자들이 많다. 이들은 축구에 모든 것을 걸고 오직 축구 이야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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