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죄송해요! 이번 설 명절은 내려가지 않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좀 쉴게요. 조상님께 한 번만 봐달라고 해주세요!
언제부터일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라진 죄목이 되살아나기 시작하였다. 그 죄목은 대역죄다. 명절 때마다 남편들은 중죄인 중의 중죄인인 대역죄인이 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남편들도 명절이 싫다. 까치까치설날을 지금도 기다리는 남편들이 있을까! 그 시절은 어릴 적 잠깐이었고 지금은 자식 노릇 하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려간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친구들은 명절 때마다 해외여행이나 골프여행을 간다고 자랑질이다. 페북이나 인스타와 멀어지는 이유다. 합법적으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 외에는 기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솔직히 고향의 부모님 얼굴 뵙는 일은 명절이 아니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인데도 여전히 명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2500년 전의 공자님과 2400년 전의 맹자님이 원망스럽다. 이 분들이 왜 하필 중국에서 태어나셔서 이리도 큰 환란을 주실까! 소크라테스와 이리스토텔레스와 맞바꿔서 태어났더라면.....,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공기 흐름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과연 내가 살던 고향집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눈치 보느라 명절 내내 좌불안석이다. 장거리 운전으로 눈을 비벼가며 고향에 가는 일도 중노동이다. 결혼 후 고향은 점점 황량하게 변해가고 있다. 고향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가식적인 미소도 잠깐이다. 본격적인 아내 눈치 보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발 걷어붙이고 요리를 하고 청소와 설거지를 하자니 부모님 안색이 어두워진다. 어머니는 오해하신다. 명절날 고향에 내려와서까지 집안일하는 아들이 장하기보다는 한심하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 다니느라 힘들고 피가 말릴 텐데 평소 살림까지 하지 않을까!라고 의심하신다.
며느리를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그래도 맞벌이면 이해를 하지만 맞벌이가 아닌데 겨우(?) 아이 한둘 키우며 요란 떤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며느리가 아닌 당신의 딸을 생각하면 입장은 돌변하신다. 사위가 그러면 대견하고 장하다.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고 하신다. 우리 사위 최고라고 엄지 척도 모자라 동네방내 자랑질이시다. 아무튼 아들 입장에서는 손 걷어붙이고 집안일을 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똥 싼 강아지 마냥 앉아있지도 서성거리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이다. 며칠 되지 않는 명절이 끝나고 올라가면 아내의 대 반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명절 증후군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대사장애로 이혼까지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방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 하루빨리 명절 문화의 개선이나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아내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명절인지 모른다. 남편과 결혼을 했는지, 시댁과 결혼을 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며느리는 부엌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 하기를 무한 반복하다 보면 폭풍 같은 분노가 몰려온다. 시아버지를 비롯한 남자들이란 작자들은 술판을 벌여놓고 술안주 타령을 해댄다. 남자들의 종류도 나이도 다양하다. 마을이나 집안 어른 대접은 그렇다 치더라도 고향의 남편 친구들도 모자라 선후배들까지 몰려와 한상 차려내라고 아우성이다. 칼을 들고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할 때마다 손목에 힘이 가해진다. 살의가 느껴질 때도 있다. 머리도, 다리도, 허리도 아픈데 잠시 누워보지도 못한다. 잠시라도 누웠다가는 따가운 눈총과 온갖 눈치가 보인다. 그래도 어디 틀어박혀 잠깐이라도 눈을 부쳐보고 싶다. 하지만 뒤찜지고 부지런히 집안을 서성거리는 시아버지 눈치 때문에 언감생심이다. 시어머니야 같은 여자이니 그래도 한번 미친척하고 드러누워볼 만하다.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지만 이놈의 시골 시계들은 죄다 충청도 시간으로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흐른다.
명절날 오후, 남편의 선의의 거짓말 덕분에 시댁 조기 탈출에 성공해 친정집으로 향한다. 물론 그 선의의 거짓말은 친정에 가기 위해서다. 명절날 대놓고 친정에 간다고 하면 좋아할 시월드 어른들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해마다 다르다. 가끔은 들통나기도 해서 민망한 적도 있었다. 어차피 올라오는 길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친정에 들러 엄마 아빠와 형제자매 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올케들과도 마주한다. 남편이 바라보는 아내의 처가에서의 처신은 드라마틱한 변신을 꾀한다. 오전까지 고향집에서 아내의 역할을 처가에선 처남댁들이, 고향집에서는 형수와 제수씨들이 묵묵히 수행 중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그 반가움이 진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장모님의 편파적인 행동은 가끔 도를 지나치신다. 물론 당신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눈치다. 며느리들과 딸을 대하는 태도가 보기에 불편함을 넘어서 민망하다. 아내의 안도하며 쉬는 모습에서 아내와 처남댁, 형수 및 제수씨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들과 딸을 둔 아내도 얼마 후면 며느리와 사위를 맞이할 것이다. 시어머니와 장모의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며느리를 대하는 아내의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본인이 그렇게 싫어한 시월드다. 과연 아내는 며느리에게 명절이 오면 시댁에 오지 말고 친구들과 해외여행이나 다녀오며 쉬라고 할지 궁금하다. 제사 때문에 아들만 보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딸이 명절을 맞아 사위와 함께 해외여행 간다면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 경비도 보내줄 의향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며느리들이 명절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중노동에 버금가는 가사 노동만이 아니다. 시댁과 친정의 형평성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성 불평등 등 이유도 다양하다. 특히, 남편의 눈치 없는 비협조가 가장 얄밉고 열 받게 한다.
남편들도 명절이 무지무지 부담스럽고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가족 전체가 모여 반갑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살던 집이 편하고 좋다. 어른들이 계시는 고향집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어 때처럼 명절이면 고향으로 고향으로 물려갈 수밖에 없다. 자식 노릇도, 남편 노릇도 정말 쉽지 않다. 차라리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았으면 이 꼴 저 꼴 보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있을 텐데! 엄마와 아내 눈치 보느라 눈만 점점 옆으로 찢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단춧구멍만 한 작은 실눈인데.....,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매월은 60명 이상)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