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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물투데이 Jul 31. 2020

우리 어르신들은 왜 보름나물을 먹었을까?

나물로 알아보는 우리 조상의 지혜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거다. 이 날엔 이걸 꼭 해줘야 한다.'


우리는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들은 게 많고, 그 말대로 해온 것은 많지만 생각보다 그 뜻을 모르는 게 있을 것이다.

막상 하나하나 지키자면 귀찮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윗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통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냥 오늘은 무슨 날이니까, 하고 하던 일이라도 의미를 알게 된다면 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로 전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철에 맞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오늘 해볼 이야기는 정월대보름의 보름나물에 대한 것이다.




정월대보름 나물


새해 첫 보름달이 떠오르는 정월대보름에 우리 조상들은 묵은 나물을 무쳐 먹었다.

묵은 나물이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오는 다양한 나물을 말려두었다가 해를 지나 먹는 것을 말하는데,

이 보름나물을 왜 먹게 되었는지, 정월대보름에 나물을 먹었던 풍습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데친 보름나물 - 고사리, 시래기, 가지, 피마자, 다래순, 애호박, 취나물


보름나물, 보름음식들은 언제 먹는 걸까?


정월 대보름은 매년 음력 1월 15일이고, 2020년 올해로 따지면 양력 2월 8일이었다.

보름음식들은 정월대보름의 하루 전날부터 시작해서 당일까지 먹어야 액운을 쫓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보름나물의 종류


우리가 뽑은 보름나물들.


인터넷에 '보름나물의 종류'라고만 검색해도 뭐가 맞는지 모를 만큼 정말 많은 보름 나물이 나온다.

요즘은 시금치와 콩나물, 숙주 등을 보름 나물이라고 하면서 다른 나물들과 함께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본래 우리나라의 전통에 따르면 보름에는 묵은 나물을 먹는 게 맞다.


우리 조상들이 정월대보름에 묵은 나물을 먹으면 무더운 여름철을 잘 견딜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실제로도 햇볕에 오래 말린 나물들은 섬유질과 무기질, 비타민 등의 갖가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보름나물을 먹는 이유


보름 건나물 7종 - 건고사리, 건 피마자, 건취나물, 건 애호박, 건가지, 건고구마순, 건토란대


위에서 말했듯 영양소를 고루 갖춘 나물들을 먹고,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것도 좋지만 이것이 정월대보름에 나물을 먹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

보름에 나물을 먹는 풍습은 우리나라의 문화, 사상, 기원에도 관계가 있다.


정월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음력으로 첫 달에 해당되는 1월에 뜨는 보름달을 맞이하는 것이 정월대보름이기 때문이다.

농경을 기본으로 하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은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면서 또한 음양사상으로 달은 '음'에 해당하여 여성으로 인격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달의 상징적 구조를 풀어보자면 '달-여신-대지'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대보름은 풍요의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정월대보름의 풍속은 농경을 기본으로 하던 고대사회부터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이루어진 것들이다.

풍농을 기원하며 강강술래와 같은 놀이를 하기도 하고, 부럼과 오곡을 먹기도 하고 묵은 나물을 먹기도 하는 것이다.

보름나물은 이러한 문화적 의미와 건강을 위한 실용적 의미까지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묵은 나물 삶기



오랜 시간 바싹 말린 건 애호박, 건가지 등은 집에서 이틀 정도 물에 불리면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고사리나 다래순, 취나물, 피마자(아주까리) 등은 꼭 삶아주어야 한다.


나물은 나물 자체의 싱싱함도 중요하지만 삶거나 데치는 과정에서 맛이 많이 좌우된다. 오래 삶으면 퍼지거나 죽처럼 되어버리고, 너무 짧게 삶으면 질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거기서 더욱 어려운 것은 화력조절인데, 대부분의 묵은 나물을 집에서 삶기에는 가스레인지의 화력이 너무 약해서 제대로 삶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에는 건나물을 물에 조금 불려 준 후에 삶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조금 더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나물 삶기가 어려울 때



위에서 설명했듯 물에 건나물을 불린 후에 삶는다면, 화력이 조금 약하더라도 맛있는 나물을 먹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화력이 강한 솥에서 데치거나 삶았을 때는 색깔에서부터 차이가 나게 되는데, 조금 더 밝거나 선명한 색을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데친 나물을 보내는 이유는 나물을 손질하고 삶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더 편리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도 있지만,

전통식품인 나물을 알리고, 제대로 맛보게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담겨 있다.




보름나물, 편하게 맛보자.



정월대보름 철이 되면, 건나물뿐만 아니라 데친 보름나물을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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