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관계 스트레스, 견디는 힘은 유능감과 자기 가치감에서 온다.
외계인은 십대 아동청소년자녀, 지구인은 오늘도 그들과 동거하며 고군분투 감정소모 중인 우리 양육자들
우리 지구인들도 학창 시절이 있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유쾌한 기억보다는 긴장, 불안, 외로움, 혼자가 될까 두려웠던 기억들이 더 생생하게 남아있다. 또는 외로웠던 나를 어떤 친구가 구원해 준 순간들처럼 갈등과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압도된 순간들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요즈음의 10대 외계인들은 어떨까?
경인지방통계청이 23년 7월에 발표한 수도권 아동청소년 웰빙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도는 22년 기준 39.7%이며, 학교생활 만족도는 48.5%, 친구관계 만족도는 서울, 71.4%이며, 자아존중감에 있어 본인이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지각하는 학생은 77.4%로 발표되었다. 즉, 학교의 4명 중 1명은 친구관계에 만족하지 않으며, 2명 중 1명은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외계인을 키우고 있다.
외계인이 지각하는 심리적 물리적 또래관계의 상실은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에 영향을 주며 또래집단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했는지는 성격,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또래와 보다 현실적인 비교를 하게 되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소속된 집단이 나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부모, 가정의 이념과 문화보다는 또래 문화가 훨씬 외계인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이토록 중대한 삶의 일부이므로, 소속된 집단의 가치나 기준과 내가 다를수록 소외, 배제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며, 우리와 그들의 편 가르기 속에서 우리에 속하기 위한 외계인들의 치열한 노력에는 상상이상의 에너지가 들어가게 된다.
외계인이 경험하는 또래 상실과 관련한 현상학적 연구에서 보고되는 외계인들의 인터뷰 내용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난다. 이런 감정을 외계인은 매우 자주, 어쩌면 매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지구인에게 말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친구 집에서 같이 놀고 있는데 한 시간 동안 자기들끼리 핸드폰만 하고 그래서 인사도 안 하고 문 쾅 닫고 나왔어요.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절대 안 봐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학교에 와보니 좀 이상했어요. 걔네들이 아무도 저한테 말을 안 걸더라고요. 그날은 하루 종일 놀 애가 없어서 심심했어요. 교실이 평소랑 다르니깐 너무 싫었어요.”
“3학년이 되었을 때, 현주(가명 )가 바로 전학을 가서 왠지 섭섭했다. 학기 초에는 다른 친구들과 많이 어색했는데, 그나마 현주가 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조금 편안했다. 그런데 현주가 갑자기 3월에 전학을 간다고 해서 놀랐다. 현주가 전학 가고 나서 많이 외로웠다. 얼마 지나고 나서 다른 친구들을 만들었는데, 가끔씩 친구들과 싸울 때는 무섭고 두렵다. 지금은 사이좋게 지내지만 ‘이 친구들이 없으면 나는 매일 자리에 앉아있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필리핀에 있는 학교에 다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처음에는 한국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이야기도 잘 못하고 그냥 대답만 했거든요. 며칠 동안은 필리핀에 있는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계속 문자도 보내고, 메일도 보내고 했어요. 좀 시간이 지나니깐 필리핀 친구들이 답장도 없고, 연락도 잘 안 되더라고요. 음, 그때는 많이 외롭고 슬펐는데, 지금은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아침에 학교에 오면 우리 애들이 있는지 먼저 찾게 돼요. 애들이 아무도 없으면 조용히 자리에서 기다리다가 애들이 오면 일어나요.”
“선생님, 저 내일 현장학습 안 가도 돼요? ”“윤지야, 왜 무슨 일 있어? ” “지난주에 소희가 전학 갔잖아요. 제일 친한 친구가 소희였는데 이제 누구랑 다닐지 모르겠어요. 다른 애들 사이에 끼어들기도 싫고요.”
“다른 친구하고 싸우고 나면 내가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고, 불안해요.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이때 내 친구들이 와서 편을 들어주면 안심이 돼요. 근데 와서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관심 없는 척할 때는 혼자 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거기에 못 낄까봐 불안해요.”
또래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갈등과 해결 과정,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그 과정은 반드시 벌어지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외계인들은 친사회적 태도를 연습하고 배우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조망능력이 발달하며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가정 밖 세상인 또래사회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또래관계 갈등, 소외, 배제 등 어쩔 수 없이 미성숙한 또래 집단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에서 외계인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즉 또래 관계에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내 삶을 살아나가려면 지구인들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사회기술훈련을 통해 사회성 향상을 도와주어야 할까? 가정 안에서 사회화를 더 도와주어야 할까?
결국 사회화는 자신의 뇌의 지도대로 나이가 들며 뇌가 성장해 나가면서 이루어지므로 시간이 걸린다. 오랫동안 아동청소년을 상담하며 깨닫게 된 것은 결국 양육자가 외계인의 사회성 훈련을 돕는데 에너지를 들이는 것보다는 외계인의 유능감 향상과 자기 가치감을 더 느낄 수 있게 돕는 것이 더 중요하는 점이다.
나의 가치와 유능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가치감과
앞으로를 살아갈 희망감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상담에서 만나게 되는, 또래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위축되고 소외됨으로 우울감이 깊어져서 상담에 오게 되는 외계인들은, 사실은 자기 가치감이 많이 무너져 있다. 나는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고 누구도 나와 친하고 싶지 않은 가치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
이 무가치함에 깊게 빠져있는 외계인을 상담할 때, 그 무가치함을 깊게 나누는 것은 별로 우울감을 경감시키는데 이롭지 않다. 상담자는 잘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보다는 가지고 있는 외계인의 강점, 자원, 유능한 점, 긍정적인 관계 및 해 나가고 있는 것에 주목해 나간다.
상담자는 코헛의 자기 심리학에서 ‘내현적 자기애’, 즉 건강한 자기애를 발달시키지 못한 자기 구조의 손상을 경험하고 있는 외계인을 인정하고 칭찬함으로써 스스로가 대단하고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지는 과대성과 과시성에 공감적으로 반응해 주는 거울 자기 대상 역할을 해 나간다.
또한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적인 자원, 가진 것, 강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손상된 자기 가치감으로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는 외계인이 자신의 가치와 유능감에 주목할 수 있게 돕는다.
내가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또래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기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진로에 대해 알아보러 다니기도 하고, 상처를 준 친구에 에너지를 들이기보다는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를 다시 찾으려 노력하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과정을 배우려 노력하는 등 건강한 욕구의 발현을 보인다.
자신에 대한 유능감(self competence)은 사회불안과 우울과 역 상관관계를 보였다.
유능감은 낮은 사회불안과 우울과 관련이 있다.
유능감을 자세히 쪼개면, 학문적, 사회적, 신체적, 운동적, 행동적 유능감으로 나뉘며, 전반적 자기 가치감은 낮은 사회불안, 우울과 관련이 있다. 또래관계의 스트레스에 영향을 덜 받는 외계인은 자기 가치감과 자기 유능감이 높을 것이다.
외계인의 자기 가치감과 유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지각하는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무기가 여러 사람에게 많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그 무기를 발견하고 더 잘 키워나가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진다.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배우고 싶은 것을 말한다면, 이제부터는 외계인이 쓸 수 있는 하루의 시간 동안 학교 시간을 제외하고, 외계인이 원하지 않는 학원보다는 외계인이 더 재능을 키우고 싶고 유능하다고 지각하는 영역에 더 시간과 공을 들일 수 있도록 계획하는 지구인과의 협동작전이 비로소 필요해진다.
십대 외계인부터는 지구인의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삶이 아닌, 외계인과의 협업을 통해 외계인 스스로 자기의 하루를 계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지며, 그 결정과 주도자는 외계인이지 지구인이 아니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협동작전,
우리는 한 팀이지 적이 아니다.
“아동청소년 4명 중 1명은 친구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대에 아동 청소년 자녀를 키운다는 것”
경인지방통계청이 23년 7월에 발표한 수도권 아동청소년 웰빙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도는 22년 기준 39.7%이며, 학교생활 만족도는 48.5%, 친구관계 만족도는 서울, 71.4%이며, 자아존중감에 있어 본인이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지각하는 학생은 77.4%로 발표되었습니다. 즉, 학교의 4명 중 1명은 친구관계에 만족하지 않으며, 2명 중 1명은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청소년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학교생활 또래관계 스트레스, 우리 양육자는 앞으로 사회성을 키우는 측면이 아닌, 청소년 자녀의 자기가치감과 유능감 향상에 주목해 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경인지방통계청 지역통계과, 2023. 2023 수도권 아동 청소년 웰빙.
https://kostat.go.kr/boardDownload.es?bid=5110&list_no=426434&seq=1
이재용, 2017. 초등학생의 또래관계 상실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문소현, 2010. 학령기 아동의 애착 안정성, 사회불안 및 우울의 관계: 자기 유능감의 매개효과
문소현, 조헌하, 2010. 성별에 따른 학령기 후기 아동의 자기 유능감, 사회불안,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