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에이후쿠역의 새벽

by 오승현






아이들은

하루 종일 걸어 다닌 탓인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 3시 45분쯤,

가장 추운 창가 쪽에서

잔잔하지만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아직 첫 전철이 다니기 전,

플랫폼 아래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 첫 운행을 준비하는

공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피곤할 법한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의외로 활기찼고,

서로를 부르며 일을 맞추는 손짓에는

오랜 익숙함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가정을 돌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플랫폼 한쪽 벤치에

누군가 벗어 놓은

외투 한 벌이 놓여 있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그대로 머금은 채,

주인을 기다리는 듯

말없이 의자 위에 있었다.


땀에 젖어 벗어 두었을까,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내려놓았을까.


외투에 밴 냄새와

그 안에 담긴 하루의 무게가

괜히 궁금해졌다.


여행지에서 깬 잠,

낯선 도시의

새벽 공사 소리 속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새벽에 일하는 건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모든 사람의 하루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흘린

정직한 땀방울이 있다는 것을.


늦은 새벽 창가 앞에서,

다 적지 못할 마음 하나를

조용히 발견했다.




[어느 외투]


어느

예배당의 기도보다

더 거룩한 당신의

외투


따뜻한 예배당에서

나의 기도가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외투에

작은 땀이

스며야 한다


이젠,

기계음으로 가득한 예배당에서

나의 기도가 공허하지 않으려면


나의 외투에

겨울 공기와

따뜻한 태양빛이

스며야 한다


거룩을 찾아온

어느 레위인의 기록

어느 바리새인의 거룩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거룩


거룩은

어느 외투에

있다


나의 외투에

하루의 온기를

담는 것


나의 외투에

정직한 땀방울

하나 새기는 것


지친 이들의 외투에

작은 희망 하나

새기는 것


적막한 어느 겨울에도,

어느 외투에

아내와 아이들을 향한

온기를 잃지 않는 것


그 자리를

상냥하게

유쾌하게

지켜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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