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일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힘, 평정심과 일상의 루틴 (무농)
한낮의 공기가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포근하다. 계절은 말없이 방향을 틀고, 아파트 단지에는 이삿짐 사다리차의 기계음이 이틀째 울린다. 세상은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고 소란스럽다. 그 속에서 나는 묻는다.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나는 무엇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가.
집에 머물기 어려울 만큼 부산한 오전이었다. 시장에 들러 장을 보고, 점심 모임이 있는 시내로 향했다. 빠른 걸음의 사람들 사이에서 보폭을 맞추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숨이 찰 만큼 운동을 하고, 아내가 알려준 레시피로 끓인 담백한 소고기 무국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오늘의 생각을 적는다. 분주하지만 단단한 이 반복이야말로 하루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나만의 의식임을 깨닫는다.
은퇴 후 나는 거창한 성취보다 ‘루틴을 지키는 무던함’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단순한 흐름이 마음의 중심을 붙든다. 바깥의 변화는 통제할 수 없어도, 하루의 질서는 스스로 세울 수 있다. 평정심은 특별한 결단이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태도에서 자라난다.
이 깨달음은 요즘처럼 주식시장의 열기가 뜨거울수록 더욱 분명해진다. 주가의 오르내림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쉽게 요동치고, 기대와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리를 바꾼다. 오늘 아침 한 경제 방송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끌어와 걱정하는 습관이 현재를 성실히 살아갈 힘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과도한 욕심과 타인과의 비교를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때, 만족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태도 속에 깃든다는 조언이었다. 결국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오늘 해야 할 일에 충실할 때, 삶의 안정감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삶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외부의 등락이 아니라 내면의 균형이다. 포근해진 날씨를 느끼고, 따뜻한 국 한 그릇에 감사하며, 하루를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런 소박한 일상의 반복을 지켜낼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지켜내는 평정심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제나 일상의 루틴 속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