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써야 하니 써보는 하루
하루 한 번 글을 쓰기로 결심했지만, 어제는 실패하고 말았다. 쓰는 글마다 족족 다 이상해서였다.
내 글을 보는 구독자는 4명이고, 저번 글의 라이킷은 무려 10명이 넘었다. 누가 보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누군가 보는 글이니 횡설수설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오늘 역시 딱히 쓸 말은 없다. 그래도 매일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뭐라도 쓰는 중이다. 제목이 '볼이 통통해'인 것도, 아침에 아이를 깨우려고 봤더니 아이의 볼이 통통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물론 아이의 볼은 늘 통통하다. 어제도 그제도 아이의 볼은 늘 통통했었고, 나는 그 통통한 볼을 좋아했다. 아이가 방긋 웃으면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면서 빵빵한 볼살이 더 도드라지는데, 그 표정은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아이가 웃을 때 주변 사람들도 매우 귀여워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이 아이는 귀여움으로 나름 먹고 사는 아이다.
하지만 아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와앙 울 때는 거짓말처럼 그 통통한 볼살이 사라진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있는 것이 갑자기 없어질 리는 없으니. 그리고 아이는 매우 못생겨진다. 정말 그렇다. 울고 있을 때 아이는 못생겼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거기에 특유의 짜증스러운 말투가 더해지면 정말이지 마주 보고 있기도 매우 힘들어진다. 지금도 이런데 사춘기에는 얼마나 '꼴보기 싫을'지 벌써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오늘은 얼굴을 일그러뜨리지도, 울지도 않고 잘 등원을 했다. 1년에 몇 번 없는 날이다. 물론 요구한 것은 많았다. 자기가 먹다가 음식물을 떨어뜨리고는 주워라, 갑자기 책을 읽어 달라, 옷은 입지 않겠다, 어린이집도 가지 않겠다, 뭐 등등. 이중엔 오늘 한 것도 있고 어제 한 것도 있고 일주일 전에 한 것도 있지만 나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매일 있는 실랑이이고, 지나고 나면 다 잊어버리고 마는 하루하루다.
어린이집에 가면 아이는 달라진다. 등원하는 사이 우리 애가 차에서 내리고 다른 애가 탔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나한테는 똑같이 대하니 그 아이가 그 아이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는 일단 얌전하고, 함부로 요구도 하지 않는다(그래서 어제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나에게 말하기 전에 다 해주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셨다. 얼결에 그렇다고 답하고 나서는... 아 저 아이는 나에게는 늘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는 구나 생각했다.). 슬슬 눈치를 보고, 형들이 와서 장난을 치면 웃거나 무시를 한다. 나름 사회 생활을 하는 중인 듯하다. 그리고 하원을 하고 집에 와서는 오전의 배로 찡찡거린다.
더 재밌는 것은, 아이가 자기도 귀여운지 안다는 것이다. 하도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니까, 그리고 나도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하루에 백번쯤 하니까 자기도 자기가 '예쁘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볼살이 킬링 포인트라는 것도 어쩌면 알지도 모르겠다. 그걸 아는 자와 모르는 자는 세상을 대하는 법이 좀 다를 것이다. 나는 모르는 편에 속했다. 하도 어릴 때 못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랬다(물론 그 말은 '귀엽다'의 다른 표현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장난으로라도 못생겼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이는 그걸 알고 있으니, 세상 살이가 나보다 좀 편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