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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나비 Jun 09. 2022

웹소설가가 되었다.

웹소설을 쓰게 된 이야기

웹소설 쓴다고 하고서 내가 어떻게 웹소설을 쓰게 되었는지를 이곳에 털어놓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주변에는 웹소설 쓰는 사람이 많아서 어느새 다 아는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 같다. 그게 제일 자연스러운 것이고.


내가 웹소설을 쓰게 된 것은 '나는 웹소설을 쓰려고 태어났어'라고 혼자 굳은 다짐을 하고 태어났기 때문은 물론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쓰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나도 내일 또 웹소설을 쓸지 안 쓸지 모르는 상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꾸며낸 이야기를 좋아했다. 소설, 만화, 등등의 이야기라면 다 좋아했다. 

심지어 초등학생 대상으로 '기획된' 이야기 명심보감 따위도 좋아했다. 거기 무슨 선비하고 호랑이하고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되게 열심히 읽었다.

나는 많은 이야기를 접하지는 않았다. 보통은 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은 만화광이거나 판타지 소설 광이거나 그럴 경우가 많이 있는데, 나는 그 중에 아직도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심지어 이영도 씨도 이름만 안다. 우리 때 엄청나게 유행이었던 '판타스틱 게임', 나중에 '환상 게임'으로 출판되었던 만화도 당시에는 못 보고 나중에 보려니까 내가 너무 커서 유치해져서 못 봤다.) 나는 사람도 그렇고 이야기도 접근하기를 무척 어려워 했다. 그런데 한 번 이건 되게 좋네,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끝까지 파고들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로 각종 상상을 하고 2차 소설을 썼다. 


그 중 기억나는 것은 '봉신연의'라는 만화였다. 아는 사람은 아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봉신연의'가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만화책으로 보고 나중에는 원작 소설까지 읽었다. 원작 소설에서 내가 좋아하는 양전이 대머리로 삽화에 나와서 큰 상처를 받았다...(그건 읽는 것이 아니었다) '슬램덩크'는 한창 유행일 때는 안 보고 나중에 유행 다 지나고 나서 봤는데 너무 좋아해서 엄청난 분량의 2차 소설도 썼다. 


나는 내가 소설을 좋아하니까 신춘문예로 데뷔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까지 이 글을 본 사람은 '아니 당신은 신춘문예쪽은 아니잖아!'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알지만 그땐 전혀 몰랐다. 소설을 쓰려면 무조건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신춘문예용 소설은 내게는 너무나 맞지 않았다. 너무 어려웠고, 뭔가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하면 끝났다. 근데 소설을 쓰려면 그쪽을 써야 한다니...(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왜 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괴로워하던 중에 네이버 웹소설을 만났다.


네이버 웹소설에는 무료 연재란이 있다. 그곳에 연재를 하면서 나는 웹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곳에 쓰는 소설들은 내가 지금껏 공부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내가 좋아하던 만화들하고 비슷해 보이기도 했지만, 또 다르기도 했다. 나는 그전까지는 재벌 나오는 로맨스 소설은 써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거의 유일하게 읽은 소설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었고 로맨스 소설인 줄도 모르고 왜 이렇게 끝이 허하지 싶었다.


나는 또 '그래야 하는 줄' 알고 억지로 재벌 나오는 소설을 썼다. 그러나 무늬만 재벌인 영 볼품 없는 남자 주인공이 나왔다. 독자들은 별로 없었고 나는 쓰면서 내가 뭘 하는 것인가 싶었다. 내가 재벌 찬양이나 하려고 소설 쓴다고 했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 아무 일이 없었다면 나는 웹소설을 그만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내 웹소설 인생을 전환시킬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시댁으로부터 시작된 사건이었다.


지금 그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나하고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남편 집안의 수치스러운 사건이었고 나 역시 깊은 상처를 받았다. 잠 좋아하는 내가 잠도 안 자고, 먹기 좋아하는 내가 먹지도 않고 멍하게 있다가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쓴 소설은 첫작품은 재벌 나오는 작품과는 결이 달랐다. 두 사람의 상처가 나왔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장면들이 나왔고, 오해하면서도 끝까지 서로를 붙드는 이들이 나왔다. 독자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소수의 독자들이 끝까지 내 작품을 보았고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추천작에도 올랐다.


그때 나는 거의 난생 처음으로 글을 쓰는 기쁨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 장면을 두고 고민을 하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을 너무 사랑해서 꿈에서까지 보기도 했다. 글하고 너무 헤어지기 싫어서 외전에 외전을 거듭해서 계속 써댔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소설이 완결되었다. 소설은 한 출판사의 콜을 받고 전자 출판이 되었다. 수익은 많지 않았지만, 그것은 내 첫 출판작이 되었다.(제일 처음 썼던 재벌 나오는 작품은 그 이후에 출간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면,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통해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글도 좋지만 소설 속에서 비틀어지고 변형되는 이야기가 좋고, 그곳에서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좋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내가 푹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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