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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나비 Jun 17. 2022

좋은 웹소설가가 되려면?

주의: 좋은 웹소설가가 되려는 사람은 읽지 마시오

지금은 밤 12시가 되기 약 15분이 남은 때이다.

아이는 자고. 세상은 조용하고. 

배가 고픈 것만 빼면 참으로 완벽한 지금. 나는 엉뚱하게 '좋은 웹소설가가 되려면'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

솔직히 이런 글을 쓰는 시간에 주꾸미 볶음에 밥 비벼서 김자반(내 영혼의 동반자) 털어 넣고 슥슥 먹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뱃가죽이 한 번 더 울린다.)


나는 좋은 웹소설가가 아니다.


돈도 많이 벌지 못할 뿐 아니라, 유명하지도 않다. 물론 돈을 못 번다는 뜻은 전혀 못 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계약해주는(정말 감사한 일이다) 출판사가 있고, 내 부끄러운 작품을 공개해 주는 플랫폼(역시 매우 감사한 일이다)이 있다. 그래서 0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독립해서 혼자 살 만큼은 못 되는 것 같다.(솔직히 한참 못 미친다) 


그렇다고 내가 상업성과 담을 쌓고 웹소설에 내 예술성을 구현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나는 정말 상업적으로 글을 쓴다. 한때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썼던 적도 있었는데, 소재에 따라 인기가 천차만별인 상업 소설 바닥에서 제 생각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대형 마트 앞에서 배추 장사를 하는 것만큼이나 초라했다. 물론 그 배추가 유기농이라거나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 또 좋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마트 배추나 내가 파는 배추나 똑같은 배추다. 게다가 마트 배추가 물론 더 싸다.


상업적으로 글을 쓰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은 하지 못한 사람, 그게 바로 나이다. 드라마를 보면 주연과 조연이 나오고, 주연과 조연이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면 알겠는 배우들도 나오고, 이도저도 아니고 그 사람이 의사로 나왔다가 다음 씬에서 환자로 나와도 아무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 아마 내 위치는 세번째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우리 아빠 친구가 배우였는데, 그분이 바로 의사로 나왔다 환자로 나왔다 하는 분이었다. 아무도 그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분은 배우였다.


그렇다고 그분이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내 스스로 생각할 때 내가 좋은 웹소설가는 아닌 것 같다는 뜻이다. 목표와 현재 이루고 있는 바가 다르고, 그래서 늘 새 글을 쓸 때마다 고민이고, 새 글이 아니라 쓰고 있는 글을 이어서 쓰는 것도 고민이고, 글을 안 쓰고 있을 때도 고민인 인간이 바로 나다. 그래서 누가 '웹소설 어떻게 쓰나요'라고 물으면 나는 확신이 깃든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다. '몰라.'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은 처음부터 제목이 잘못되었다. (당신들은 다 속고 있다) 나는 좋은 웹소설가가 아니며, 글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며, 따라서 좋은 웹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좋은 웹소설가가 아니라, 어떻게든 직업적인 웹소설가가 되려면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상업성과는 관계 없이 표현하는 글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웹소설을 조금이라도 접한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일단 소재에 따라, 제목에 따라, 나오는 등장 인물에 따라, 상업적인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그 소설이 얼마나 어렵게 쓰여졌는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취합했는지, 작가의 문학성이 얼마나 빛을 발하고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같은 내용이라도 배경이 오피스인지 아니면 시골 마을인지, 혹은 관계가 상사와 부하 직원인지 아니면 친구 사이인지에 따라서 보는 사람들은 차이가 있다.


웹소설이라는 것은 그렇다. 사람들은 일단 웹소설에서 큰 문학적인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웹소설이 하위 문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자층이 그렇다. 웹소설에서 사람들이 가장 얻고자 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혹은 학교 쉬는 시간에, 가볍게 소비하기를 바란다. 물론 깊은 내용도 좋아하지만 그것은 '재미'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재미'를 위해서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관계가 있다. 학생들은 배경이 교실이었으면 좋겠고, 직장인들은 배경이 오피스였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직장 상사와 같은, 대하기 어렵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이 실은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아껴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그런 바람들을 가지고 독자들은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글을 찾는다.


하지만 작가들은 독자들과 니즈가 다를 수 있다. 주구장창 오피스 로맨스만 썼는데 그게 잘 나가니까 또 쓰라고 하면 작가들은 질려 버린다. 이제는 그만 하고 싶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작가가 원하는 대로 2222년 화성에서 만난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쓰면 그것은 정말 그 작가가 금손 다이아몬드손이라서 쓰시는 굽이굽이 매력 요소가 차고 넘쳐도 인기를 얻기 힘들다. 그러니 작가들은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글을 썼다가, 두 번째 세 번째는 그게 안 통한다는 것을 알고 상업적인 글을 썼다가, 쓰는 재미를 잃어버리고 고민에 빠진다. 대체 난 무슨 글을 써야 하는 거야.


무슨 글은 무슨 글. 그냥 쓰면 된다. 이런 글도 저런 글도. 좋은 글도 나쁜 글도. 재밌는 글도 재미 없는 글도. 쓰다 보면 모든 글이 나를 만들고, 또 내가 그 모든 글을 만든다. 분명한 것은, 하나를 완결한 후의 나는 완결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걸 성장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글에서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모든 글은 '나'와 만나는 과정이다. 내가 글을 계속 써온 까닭은 실은 그것이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어 하니까. 나 역시 글을 통해 만나는 '나'를 놓지 못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아무튼 이 글은 '좋은 웹소설가가 되기 위한' 글은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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