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이들의 수면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자라 자라를 연발하며 빨리 재우고 싶은 것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아이가 잠이 들고 집안일을 해 놓고 폰을 볼 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겠지만 사진첩에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이땐 이랬지, 이럴 때도 있었나? 하며 혼자서 추억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가 참 예뻤는데, 지금은 말도 안 들어, 하며 푸념과 함께 다시는 오지 못할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아이의 예쁜 모습에 함박웃음을, 가끔은 눈물도 짓는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사진첩을 정리하고 쓸 사진을 추릴 겸해서 폰 사진첩을 열었더니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들어 있는 사진을 발견하고 또 미소를 지었다. 어쩜 이렇게 예뻤는지 감탄에 감탄을 하며 (고슴)도치 엄마가 따로 없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아이모습이 내가 경험하는 가장 어린 모습일 테고 쑥쑥 자라 일 년 뒤에 지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 그리워할 텐데 신기하게도 지금은 더 이전을 그리워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지금 당장은 해야 할 것이 많은 일상 속에 지치고 파묻혀서 어쩌면 지금의 소중함을, 지금의 제일 예쁜 모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오늘 아이들과 나눈 대화에서 어떤 점이 좋았지? 어떤 점이 신선하고 아이 다웠는지? 어떤 점이 사랑스러웠는지? 생각해 보면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콩꼬투리에서 콩이 한 알 한 알 떨어지듯 아이들과 하루 지낸 기억들이 송알송알 맺힌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의 과오도 빠르게 머릿속 한편에 스쳐 지나가며, 좀 더 참아줄 걸, 좀 더 귀 기울일 걸, 좀 더 쳐다보고 이야기할 걸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금세 차 오른다. 오늘도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가서 가장 어리고 예쁜 모습을 놓쳤는데, 할 걸 할 걸 하며 아쉬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지금의 시간을 누리고 즐기고 나누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아이들의 예쁜 모습 하나, 같은 책을 읽고 독서대화를 할 때 반짝거리는 눈빛이 예뻤다. 둘, 점심과 저녁 상차림을 도와주는 모습이 예뻤다. 셋, 오랜만에 해 준 김치찌개에 엄지 척을 날리며 밥을 두 공기, 세 공기 먹는 모습이 예뻤다. 넷, 샤워를 하고 뒷정리를 잘하고 나온 모습이 기특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바랄 터이니, 내가 원하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실천해서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며 품어줘야지.라고 다짐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