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집 텃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었었다. 늦여름에 맞볼 무화과를 기대하며 말이다. 그런데 같이 심었던 생명력 강한 호박이 무화과의 뿌리를 휘감아버렸는지, 무화과는 시름시름 앓다가 시들어버렸고 결국은 뽑아냈다. 달콤한 무화과의 꿈은 그렇게 사라져 버렸고, 텃밭의 다른 작물을 신경 쓰느라 아쉬움은 곧 없어졌다.
지난 주말을 거쳐 오늘까지, 이웃이신 두 집에서 무화과를 수확하셨다며 나눠 주셨다. 무화과는 농약을 치면 껍질이 녹아서 농약을 칠 수 없는 작물이라고 해서 농약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다. 껍질은 부드럽고 속은 톡톡 터지는 과육이 있어 달콤하고도 부드럽게 약간의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왼쪽이 잘 익은 무화과라서 빨리 먹어야 한다잘 익어서 별 모양이 생긴 무화과는 맛있는 상태라는 걸 어디서 들어서 알고 있는 터라, 우선 아이들과 그런 무화과를 쏙 쏙 뽑아서 쓱 쓱 씻어서 잘 먹었다.
무화과를 샐러드 위 토핑으로. 크림치즈와도 먹을 수 있는데 당장 달라고 하는 아이들 성화에 툭툭 잘라서 그대로 줬는데도 잘 먹는 아이들을 보니 예뻤다.
툭툭 잘라서 먹은 무화과집 앞에 텃밭이 있고, 주위에서도 조그만 텃밭 하나씩은 다 가꾸시기에 제철 먹거리들이 넘쳐나고 풍성하다. 미처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것들은 부지런히 나눔 하니 그 또한 마음이 기쁘다.
처음에 텃밭에 작물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무슨 이유인지 모른 채 죽게 되면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애써 키운 작물이 시들어가는 건 속상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 자리에 다른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어 새롭게 생명이 자라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다.
시골에 살지 않아도 마트에 가면 제철 먹거리는 눈에 띈다. 특히 과일들이 그러하고, 채소도 제철일 경우 더 풍성하고 값이 싸다. 그래서 그 식품들 위주로 장을 봐 오기도 하고 제철일 경우 더 많이 밥상에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작물을 기르고, 나눔을 받으니 제철에 대한 감각이 더 피부로 느껴진다. 아직도 초보 농부인 우리는 이제 가을, 겨울 작물을 검색해서 알아보고 무엇을 심어서 거둘지 즐거운 고민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