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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Oct 24. 2023

1일 1비움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을 잘 알려면 그 사람의 소비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던 말을 들었다. 요즘은 그 말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최근에는 그 사람을 잘 알려면 유튜브의 구독하는 채널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해도 관심사의 여러 분야를 유튜브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으니 말이다. 주부이다 보니 살림과 요리도 관심이 있는데, 최근 유튜브에서 추천영상으로 나온 인생을 바꾼 '진짜' 미니멀리즘의 의미 (물건을 900개 버린 이유)를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5n78A1Ul0mU?si=zj1ao-TAzi62uCF6


  보자마자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남편에게도 영상을 공유하여 같이 보게 되었다. 그날부터 영상에서 말하는 대로 날이 갈수록 버리는 물품을 늘려가는 비움은 하지 못하더라도 1일 1 비움을 하자고 서로 약속을 하고 실천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경쟁적으로 1일 1 비움을 넘어서 1일 5 비움, 6 비움도 하며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자랑했으나 날이 갈수록 1일 1 비움이 어려워지고 있다. 강박적으로 꼭 무언가를 버리고야 말겠다는 비움은 아니어서 자연스레 비움을 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러면서 자연히 필요 없는 물건의 소비가 줄어들고 필요가 없어졌는대도 관성의 법칙처럼 껴안고, 쌓아두고만 있는 물건이 없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양육하고 살림을 하는 주부라서 아이들 물품과 살림살이의 비움까지 더해지는 내가 남편보다 비우기가 용이한 것은 사실이어서 남편이 좀 뜸해진 비움을 하고 있더라도 꾸준히 비움을 실천하며 지내고 있다.

메모장에 비움하고 있는 현황을 두서없이 기록한다.

  그러다 보니 싱크대를 뒤집고, 창고를 뒤집으며, 정리 안 된 옷장을 뒤집어엎어 정리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골라낸다. 원래 백화점 매대에 세일상품을 고를 때 매의 눈을 하고 사이즈며, 색상이며 원하는 옷을 골라 집을 때 쓰던 구입 스킬을 이제는 버리기 위해서 필요 없는 물건을 골라낼 때 쓰고 있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쓰지 않고 가지고 있던 밥주걱이 4개나 되었고, 케이크를 살 때 받았던 플라스틱 흰 빵칼은 3개나 되었으며, 아이가 이미 쥐기엔 작아진 젓가락 2벌이 있었다.

  그 밖에도 미처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지 못하여 섞어서 입히던 작아진 사이즈의 팬티도 눈에 띄었으며, 이사 올 때 처박아 뒀던 철 지나고 작아진 옷들도 버리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입겠지 하며 해가 바뀔 때마다 세탁만 다시 해서 곱게 개어 두었던 옷들도 정리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해서 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아 잘 쓰지 않던 드라이기며, 새 상품 그대로 둔 전기 주전자도 당근으로 정리했다. 구입해서 잠깐 덮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불도 깨끗이 세탁해서 판매한 것도 좋았다.

1일1비움 한 물건들

  물건의 쓰임을 다한 것들, 더 이상 쓰지 않지만 보관해 두고자 했던 케케묵은 전공 서적들, 추억이 한가득이라 버릴 수가 없어서 뒀지만 10년 동안 제대로 펼쳐 본 적도 없던 편지다발들, 그 가운데는 이미 연락이 끊어진 관계들도 많았는데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에만 고이 간직하고 다 정리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져온 여러 작품 활동의 결과물도 한 동안 잘 전시했으니 정리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나 샴푸들, 식품들도 다 정리했다.

나름의 한 구석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물품들을 버린 거라 버린 양에 비하면 티도 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주인인 나는 알기에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하고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근으로 판매한 상품들

  원래도 쌓아두거나 쟁여 두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스스로 하는 착각이었다. 혹시나, 만약에, 비상시를 위하여 이럴 때를 위한 물건들이 많았고 쓰지 않는데 물건이 원래 거기 있었으니 있어야만 한다는 사고를 하며 그대로 방치해 둔 물건들 역시 있었다.


  정리 관련 영상과 미니멀 관련 영상을 많이 본 터라 알고리즘에 의하여 지금의 비움의 동기가 되어 준 영상도 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영상보다 울림을 주고 실천하게 해 준 영상이라 효자 영상이 되었다. 주위에도 여기저기 보내 주며 한 번 보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비울만큼 비워내서 더 이상 어떻게 비워야 하나 하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좁은 집 안에서 하나씩, 둘 씩 나 여기 있소 하고 손을 흔들며 나오는 물건들이 있으니 얼마나 쌓아두고 살았나 하는 반성을 하며 1일 1 비움 아니 2, 3,4,5,6 비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제일 희열은 재활용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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