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므니 Nov 11. 2023

'샤넬'을 선물 받다.

샤테크와 오픈런.

신조어처럼 등장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아는 단어.

하지만 나는 동참하지 않는 단어이다.

유튜브에는 명품백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그 세계는 어나덜 월드.


그래서 관심도 없고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샤넬이 채널이 아닌 것과 C자가 두 개 겹쳐 있는 것이 브랜드 로고인 것쯤은 안다. 이 정도는 상식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상식인 것인가.


그런데.

작년에 해외에 다녀온 남편이 수줍게 내민 샤넬의 작은 종이가방. 잠시 뭘까 하고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 남자가 돈이 어디 있어서 하는 마음과 달리 발갛게 상기된 내 볼.

고작 작은 종이가방에 벌렁 거리는 마음이란.

조심스레 열어보니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립스틱을 발견했다. 웃음이 났다.

나름 고심해서 물어 물어 사 왔다는 립스틱.


이게 뭐라고.

작은 립스틱이지만 샤넬이어서 웃음이 났나.

남편의 애씀이 느껴져서 고마움에 웃음이 났나.


아무튼 나도 샤넬이 있는 여자가 되었다. 비록 백이어서 보이게 들고 다닐 수는  없어도 샤넬로고가 있는 샤넬을 선물 받은 것이다.


샤넬백은 애당초 나의 것이 아니라 생각한 것인지 크게 관심도 욕심도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사 온 샤넬립스틱은 그 자체로 재미와 웃음이었다.

조그만 것이지만 마음을 담아 명품을 선물해 주는 남자.

그런 작은 것이라도 크게 느끼며 기뻐하는 여자.


그 남자와 여자가 만나 샤넬 못지 않은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

진부하더라도 우리 그 자체가 명품이니까.

이젠 손 때가 묻어 꼬질꼬질해 진 립스틱





매거진의 이전글 파친놈의 파김치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