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므니 Feb 11. 2023

책 읽는 엄마의 기쁨과 슬픔

  읽기를 사랑하는 독서가가 엄마라는 역할을 등에 업고 책을 읽는다면 읽을 책의 범위가 넓어져서 읽을거리가 풍성하게 넘쳐난다.



우선 엄마는 집안 살림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살림분야만 해도 읽을 책이 많다. 정리, 요리만 해도 읽을 책이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의 바쁜 아침을 위한 스타일 넘쳐나는 브런치 메뉴에서 부터 아침에는 뜨끈한 국이지 하는 남편을 위한 메뉴까지. 한식과 양식, 퓨전을 넘나드는 집안의 요리사로 활약해야 하기에 요리책을 봐야 한다.


정리는 또 어떠한가. 각자의 물건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방과 거실, 베란다까지. 일렬종대로 헤쳐 모이게 하여 나름의 기준으로 테트리스하듯 정리도 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 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정리를 안 한 듯하여도 자신만의 정리방법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우기는) 엄마들에게는 정리와 인테리어, 미니멀리스트의 책이 필요하다.


아이들 학원비며 먹거리 장이며, 각종 공과금에 경조사 비용, 고정지출과 나름의 재테크까지. 엄마는 집안의 무부장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온라인보다는 역시 손 맛이지 하며 책으로 된 가계부도 필요하고, 재테크 책도 요즘은 빠질 수 없는 선택이다.


아이들 교육과 부부의 노후는 어떠한가. 교육하면 이제는 빠질 수 없는 엄마표 교육으로 무장한 요즘 시대에, 다른 집 엄마들은 어떠한가 하며 먼저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운 성공신화를 담은 책이 필요하다. 또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너도나도 내놓는 책을 주워 담다 보면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가 한가득이다. 이것을 다 주문하지는 못하고, 도석관에 희망도서로 신청, 대출 예약을 해 두고 오매불망 기다려 본다. 지역 도서관에 운 좋게 자녀 교육서 저자가 강연 오는 날이면 그것은 더욱 횡재!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저자의 책을 한 권 사서 가슴에 고이 품고 다녀와야 하니 구입하는 건 필수다.


아이들 문제집이며 참고서, 학년별 권장도서와 전집도 절대 빼놓을 수가 없다. 신학기 전 다음 학기 문제집을 총알 장전하듯 장전하고, 교과서 수록도서와 학년별 권장도서를 기웃거려 본다. 인별그램에서 책 공구가 뜨면 어머 이건 사야 돼 를 외치며 결제를 하고 있는 손이 보인다.


엄마와 아내로 살며 경단녀의 삶을 몸소 체험해 보니 자기 계발서는 제목부터 맘을 술렁거리게 하며 이거 한 번 읽어 봐. 삶이 바뀐다니까 하는 주문에 홀린 듯 꼭 봐줘야 할 책 목록에 추가되어 버린다.


읽을거리가 이렇게나 풍성하니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 고민이 없는 채로 벌써 책을 다 읽은 듯한 착각이 드는 책부자의 풍성함이 느껴진다. 책 읽는 엄마의 기쁨이다.


이렇게 저렇게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은 늘어나고, 꼭 필요한 소비재가 아닌 책을 이것저것 사기엔 통장의 사정도, 집안 공간의 사정도 여의치가 않다. 또한 읽고 싶은 책을 마음 놓고 읽을 만한 시간의 여유도 많지 않다. 이것은 책 읽는 엄마의 슬픔이다.

책 읽는 엄마의 기쁨과 슬픔을 적절히 믹스하여 믹스커피 한 봉 털어 휘휘 저어 달콤한 맛을 음미하듯 시간과 비용을 쪼개어 수많은 책의 목록을 헤집다가 드디어 한 권을 펼쳐든다.


그렇게 인생책이 오늘도 나에게 왔다. 책 읽는 엄마의 기쁨과 슬픔으로 인생이 만들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