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이삿날이다. 결혼 13년 차로 6번째 이사이다. 처음 이사할 때는 아기를 데리고 허둥지둥 멋모르고 이사를 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삿짐이 다 정리되기 전에 아기랑 낯선 동네에서 추위를 견뎠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이사는 짐을 줄여 이사를 가야 해서 여기저기 물건을 나눠주고 중고나라에 팔고 이사를 했다. 그때는 아이가 둘이라 둘을 데리고 고단했던 기억도 나고, 이사 가기 전 정들었던 동네와 자주 갔던 카페에 들러 우리만의 작별인사를 했다.
세 번째 이사는 육지에서 제주 이사라 이사업체 선정부터, 차량 탁송과 우리 비행시간까지 고려해서 좀 더 분주하게 서둘렀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이사는 모두 제주 안에서 근거리로 이동하는 이사였다. 여섯 번째도 제주 안에서 근거리 이사다.
신기한 건 이사를 많이 해도 이사는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사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리스트업 하고 잊지 않기 위해 점검하기도 하지만, 한 두 가지씩은 꼭 빼먹고 만다. 이번에는 정수기와 식기세척기 이전 설치를 깜박해서 이사하고 나서 며칠 뒤에 방문받기로 했다.
그리고 뭘 또 빼먹었나.. 이사 일정에 맞추어 가구배송도 깜박해서 이것 역시 며칠 뒤에 받기로 했다.
다행인 건 관리사무소에 미리 연락해서 도시가스는 일정에 맞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삿날 필요한 종량제봉투 큰 용량으로 구비하기, 이사업체 분들 드실 물과 음료 준비하기 등 당일에 필요한 것들을 샀다.
냉장고는 미리 먹어치우고, 버리고, 저장식품들만 조금 남겨둔 상태다. 아침에 애들 먹일 거, 아침에 잊지 않고 챙겨나갈 거 귀중품이나 속옷 같은 건 미리 싸둬서 차에 실어놓기, 아침까지 필요한 칫솔, 치약, 핸드폰 충전기와 같은 것들은 사용 후 잘 싸둘것 등등 자잘한 것까지 적어두고 냉장고에 써서 붙여 뒀다.
후. 이쯤 하면 빠진 것은 없겠지. 적어두고 체크하고, 싸두고 빼두고. 우리 집이 아니었던 터라 싱크대, 세면대, 샤워수전을 필터용으로 사용했던 것들도 원래 것으로 다 교체 완료!
이제 빠진 건 없겠지.
고단한 잠에 빠져들세라 아침이 찾아왔고 이삿날이 밝았다. 아이들을 일찌감치 깨워 준비시키고 아침을 먹였다. 이부자리도 다 정리해 뒀고 아침에 씻으면서 썼던 수건도 따로 싸 두었다. 마지막 빨랫감을 전날밤에 세탁기에 돌리고 건조기에 돌려둔 터라 부리나케 빨래를 개고 정리했다.
자. 이제보자. 이제 정말 빠진 건 없겠지.
짧으나 기나 미우나 고우나 우리 네 식구 살 붙이며 살았던 우리의 보금자리 구석구석을 쳐다 보며 눈인사를 했다. 실리콘 곰팡이 없애려고 베란다며, 욕실 줄눈이며 락스 물티슈 만들어 붙여서 제거했던 기억도 나고, 봄이면 새 순이 돋아나 파릇파릇 해져 1층에서 우리만의 정원을 만끽하게 해 주었던 나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새둥지를 틀어 새끼들 먹이는 것도 구경했고, 동백꽃이 피어나 만개하고 떨어지는 것도 구경했던 작은 베란다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집에 들어오기 전 가구배치를 하러 신랑이랑 줄자를 들고 이리 재고, 저리 쟀던 기억도 아련하다.
이 모든 것을 이사해서 생활할 집에서 다시 시작한다.
하나하나 다시 내 손 때를 묻히고 닦으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다시 우리의 보금자리를 정성스럽게 가꿔야지.
부족한 것들 하나하나 메꿔가며 우리 집으로 만들어야지. 그리고 우리 식구들 또 사랑하며 부대끼며 살아야지.
이사하기 전 이사할 집에 가서 매만지며 쓰다듬고 닦으며 다짐했다.
이사하며 좋은 점은 묵은 짐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이번에도 묵은 짐과 마음의 짐을 정리하고 산뜻하게 새 출발 했다.
이전 집이 1층이어서 채광이 안 좋기도 했지만, 베란다 작은 정원은 정말 좋았다. 그래서 베란다 정원이 없어지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이사하니 이사한 집 돌담 안 쪽으로 조그만 텃밭이 있어 텃밭농사의 꿈을 이룰 수가 있게 되었다.
또 이사한 집의 새로운 매력은 주방 쪽으로 난 문을 열면, 매일마다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황홀하다. 또 앞집에서 가꾸시는 나름 광활한 청보리밭을 매일 출퇴근하며 보는 것도 마음의 초록초록함을 깨워주는 기쁨이다.
인생은 역시 일장일단인가 보다. 이사로 다시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