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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n 12. 2023

내가 바라는 삶의 농도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에 따라 다른 색을 나타내는 리트머스 종이는 학창 시절 한 번쯤은 다들 실험을 해보고 익숙하게 접했을 터이다. 산성과 염기성을 나타내는 시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리트머스 지를 보며 신기하기도 재미있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리트머스지와 같은 시험지가 있어 우리네의 삶을 나누고 농도에 따라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과 결이 정해진다. 삶의 깊이가 어떠냐에 따라 같은 나이대, 같은 직종, 같은 지역이라도 천차만별 각자 고유의 모습과 향기를 풍긴다.



삶이란 것은 또 저마다의 질곡과 경험에 따라 변주하며 울리고, 모습과 향기에 더한 깊음과 짙음의 농도를 갖는다.


예전 같으면 불혹이어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했고, 생애주기에 따라 중년에 접어드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갈대처럼 유혹에 흔들리고, 중년이라기에는 가벼우며 청년의 끝자락을 붙들고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


진하게 우러나온 차에 깃든 풍미와 진하게 우러나온 육수의 감칠맛과 깊은 맛이 과연 나의 삶에 있을까. 그만한 농도로 짙어져 가고 깊어져 가고 있을까.


나의 삶만이 아닌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새벽마다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지만 졸기도 하고 비몽사몽 가운데 기도하며 돌아본다.



그래도 기도하면서 사랑과 절제, 근신하는 마음이 깊어지기를, 삶의 농도와 향기가 진하여져서 마침내 드러내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나기를 날마다 간절히 바라본다.


진하게 우려낸 차는 물을 타서 좀 희석해 먹어도 괜찮다.

진하게 우러난 육수 역시 물을 타도 그 맛이 여전하다.

나의 삶 역시 그 농도가 진하여서 여럿에게 가 닿아 나눠줄 수 있길 또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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