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최근 몇 년의 여름밤은 짭짤한 바다내음 속 습한 기운과 열대야에 쉽사리 잠 못 들며 에어컨 온도를 이리저리 맞춰 보고 잠을 뒤척이는 시간들이다.
밤은 분명 시간의 개념인데, 여름밤은 공간도 함께 시간 가운데로 걸어 들어와 시 공간의 기억을 같이 흔적으로 남겨둔다.
그래서 여름밤 하면 유년시절 캠프에서 캠프파이어의 장면이 스쳐 지나가며 떠오르기도 하고, 끈적끈적하게 더위가 살갗에 달라붙는 습도의 느낌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윙윙 거리는 여름밤의 불청객 모기의 소리와 함께 귓가를 맴도는 청각의 느낌이기도 하고, 모기와 더위로 밤새 뒤척여 선잠을 자고 말았던 피로의 기억이기도 하다.
사춘기 시절, 베란다로 난 창문만 열어두고 방문은 꼭꼭 닫아 쪄 죽겠다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었던 그때도 떠오른다. 그랬던 이유는 무선전화기를 들고 부모님께 들키지 않으려 했던, 절친인 친구와의 통화 때문이었다.
유달리 여름밤의 기억이 옛 기억으로 점철되는가 싶은데, 어디선가 들었던 것으로는 어릴 때의 기억은 장면, 장면으로 각인되어 기억으로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장면과 느낌, 그때의 촉각, 청각적인 부분이 장면으로 사진을 찍어놓은 것처럼 기억에 새겨져 있는 듯하다.
아이를 키우면서의 여름밤은 아이가 이불을 차 내어 혹시나 감기에 걸릴까 염려하고, 시원하게 자려고 맨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잠을 설쳤다.
조금 크고 나니 여름 방학이 얼마나 남았는지, 매주 한 번은 바다에 데리고 가서 놀게 해 주려는 계획을 세우며 잠드는 밤이었고, 아이들이 다 잠든 방에 가서 모기는 없는지 순찰하는 밤이 되었다.
또 아이들 없이 남편과 둘이 떠났던 라오스와 태국의 야시장을 돌아다니며 즐겼던 여름밤의 이국적인 정취가 기억이 난다.
올 해도 어김없이 여름은 돌아오고, 여름밤도 다시 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아는 만큼 즐기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여름밤.
다가오는 여름밤에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어떻게 쓰여서 씨줄과 날줄로 엮여 한 편의 추억으로 남게 될지 기대되고 설렌다.
특히 아이들에게도 한 장면으로 기억될 멋진 추억을 선사하는 여름이 되길 기대하면서 초여름 밤을 기록하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