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는 아이들

by 므니

우리 집에는 티브이가 없다. 결혼할 때부터 티브이가 없어서 좋아하는 야구중계도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 방송으로 봤다. 결혼해서 살 집에 마땅히 티브이를 놓을 공간이 없어서 그 당시에는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던 벽걸이 티브이를 사주신다는 친척의 성화에도 마다하고 놓지 않았다. 티브이를 잘 안 보고 좋아해서 그렇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친정에서 살 때 내 방에 티브이가 있어 주야장천 봤던 사람이 나였다. 드라마며 홈쇼핑이며 어찌나 재미있게 봤던지 내 방의 티브이는 항상 뜨끈뜨끈했다. 그러던 내가 결혼하고 티브이 없이 살려고 결심했던 건 아이러니하게 내가 티브이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너무 좋아하니 좀 끊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해서는 티브이 없이 살았다. 하지만 티브이가 없으니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신하게 되었다. 그 유명하다는 맘스홀릭베이비 카페에 가입해서 카페글을 모조리 읽었고, 지역카페에도 기웃기웃하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서는 어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 쇼핑으로 기저귀며 물티슈며 아기 용품들을 주문을 하니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지금은 말해 무엇하리. 브런치를 하고 나서는 간편하게 폰으로도 글을 쓰고, 아이디어나 읽을 책을 메모하는 용도, 여전한 인터넷 쇼핑 등 훨씬 더 스마트폰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알람으로 오는 스마트폰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5시간 30분에 육박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잠이 부족하다면서 매일 5시간 넘는 시간을 폰에다 쓰고 있었다. 더구나 최근에 읽은 책「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무한 스크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보수적으로 추산하면 무한 스크롤은 트위터 같은 웹사이트에서 시간을 50퍼센트 더 많이 보내게 만든다. 그는 낮게 어림잡은 이 수치를 이용해, 수십억 명이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시간을 50퍼센트 더 많이 보낸다는 것이 사실상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고자 했다. 계산을 마친 그는 총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가 발명한 기능의 결과로, 총 20만 명이 넘는 인간의 삶(태어나서 죽기까지의 모든 순간)이 매일 화면을 스크롤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 시간들은 무한 스크롤이 없었다면 다른 활동에 쓰였을 것이다.(p185)

아무튼 나의 집중력과 시간을 맞바꾸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또 어쩌면 사랑해 마지않는 이 기기를 바라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 핸드폰을 쥐어주고 이 스마트한 세계로 진입하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 고민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 최근에 위의 책을 읽고 나서는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확고하게 핸드폰에 대한 생각을 정하게 되었다.


지금 큰 아이 초5, 초3을 지나고 있는데 아직 핸드폰이 없다. 언제까지 사주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시기를 최대한 미루고 있다. 보통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사 주는 이유가 첫 번째로는 아이들과 연락을 취하기 위함이 제일 크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집전화를 설치하고 학원 등하원 알리미를 통해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연락되지 않음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은 내려가게 되었다. 또한 아이들이 둘 다 남아라 그런지 친구들과의 연락에 대한 필요를 그리 크게 느끼지 않고 있고, 꼭 필요한 연락은 아이 부모님들을 통해 하니 그리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스개처럼 이야기했지만 대학에 갈 때 최신 스마트폰을 사주겠노라고 말해두니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 하는가 보다고 생각을 하는 듯도 했다. 혹여나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아는 유행어, 문화 등을 티브이를 보지 못하고 핸드폰이 없어서 잘 알지 못해 또래에 끼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감은 항상 학기 초부터 반장을 도맡아 하고 1년에 각 반에서 1번만 주는 인성상을 여태껏 받아 온 첫째를 보면 핸드폰이 없어도 또래 관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 둘째는 첫째와 달리 줄반장도 인성상도 못 받아 왔지만 특유의 해맑음이 있다.


혹시나 해서 슬쩍 떠보며 핸드폰이 갖고 싶으냐 물어보면 갖고 싶다고도 하다가 귀찮을 것 같고, 필요 없다고도 말해서 아직까지는 유예기간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에 가면 반톡과 함께 아이들끼리 연락할 수단이 필요하고 과제 수행을 위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무조건 사주지 않는 것보다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절제하면서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이 요즘 같은 시대에 더 필요한 자세라고도 들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사 주어 그것으로 갈등을 겪고, 핸드폰을 사 주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한숨 섞인 이야기를 듣노라면 아직은 좀 더 기다려 보자라는 생각이 크게 든다. 핸드폰이 있어도 문제고, 고민이라면 핸드폰이 없어서 고민하고 문제를 겪어 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결핍이 없는 시대라서 아이들에게 결핍을 선물해야 한다는 이 시대에 우리 집에도 이 정도 결핍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아, 물론 이것 말고도 다른 결핍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집에는 아직 아이들이 핸드폰이 없고, 핸드폰을 안 한다는 이야기를 길게도 썼다. 그리고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썼다. 핸드폰을 주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듯이, 없어서 겪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을 터다. 그것을 감수하고 어떠한 것이 더 아이들을 위한 길인지 고민하며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해서 가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에 나오는 다음의 글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세계 최고의 아동 주의력 문제 전문가 중 한 명인 조엘 닉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오리건 포틀랜드를 찾았을 때였다....(중략)...
그는 수십 년간 이 주제를 연구한 뒤 현재 우리가 "집중력 문제를 유발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집중력을 깊이 오래 유지하는 일이 모두에게 극도로 힘들어지며,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헤엄쳐야 한다. 그는 집중력을 저하하는 여러 요인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신체에 원인이 있지만 다음 질문의 답을 알아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사람들은 종종 이 지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구체적 요소가 유행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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