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만화 안 보는 아이들

by 므니

우리 집에는 학습만화가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유명한 학습만화를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why, who 시리즈, 흔한 남매, 마법천자문, 에그박사 등의 학습 만화를 아이들은 본 적도 있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럼 어디서? 학원과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보고 온다. 단지 집에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글밥 책이 우선이고, 학습만화는 없으니 글밥 책만 본다. 어릴 때부터 이것이 우리 집만의 규칙이라고 정해두니 큰 이견과 충돌 없이 잘 지켜지고 있다. 그리고 평소에 잘 보지 않으니 엄청나게 보고 싶어 하지도 않고 자신이 즐겨 읽는 분야의 책을 골라서 알아서들 본다.



지인들 중에는 학습 만화를 왜 보여주지 않냐고 물어오기도, 궁금해하기도 한다. 학습만화를 안 보여 준다고 하니 학습만화가 좋지 않아서 그러는 것인지 학습만화에 대한 생각을 물어온다. 우선 학습만화의 효용적 가치나 단점 등을 말하기 전에, 학습만화는 학습이란 말이 붙어 있는 만화이다. 즉, 오락 활동이다. 만화나 웹툰을 언제 보고 즐기는가. 스트레스를 풀거나 취미로 재미있게 본다. 그러니 학습만화도 굳이 학습이라고 하기보다 재미로 오락으로 생각하며 쉴 때, 스트레스 풀이로 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굳이 독서와 결부시켜 학습의 효용을 기대하면 부모도 아이도 지치고 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재미로 놀면서 즐기면서 보는 학습만화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굳이 독서와 연관시켜 학습만화를 보는 것은 책을 읽는 것에 넣지는 않겠다는 것은 나의 교육 원칙이고 철학(쓰고 보니 거창해서 부끄럽긴 하지만)이기도 하다.



초5 첫째는 수학과 과학 역사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책도 그 방면으로 읽는다.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수학 법정, 과학법정, 한국사편지, 세계사, 삼국지를 좋아하는 친구다. 소설도 좋아해서 여러 수상작들과 고전 문학도 읽고 있다.

초3 둘째는 형에 비해 아직은 초보독서가로 잇츠북 출판사의 그래 책이야 시리즈를 좋아하고, 비룡소 1013시리즈 중 재미있는 책만 쏙 쏙 뽑아 읽는 능력자 어린이이다. 그나마 형 바라기로 형이 읽는 책들 뒤꽁무니를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린이 책과 청소년 책을 함께 읽는 엄마인 내가 있다. 누군가는 아이들 책을 같이 읽으니 훌륭하다, 대단하다 칭찬해 주시는 데 그런 칭찬이 감사하지만 부끄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는 순전히 어린이책과 청소년 책을 그저 재미가 있어서, 좋아서 읽기 때문이다. 짧아서 금세 읽을 수 있고, 그래서 단시간에 읽어 냈다는 성취감을 준다. 또한 플롯이 복잡하지 않고, 대부분 해피엔딩이라서 내가 읽고 싶은 글의 기준을 다 충족하기 때문에 읽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엄마도 읽었다며 책을 건네면 그만큼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없으니 일석 다조의 효과를 가진다.



학습만화를 봐도 되는 것인지, 학습만화의 효과를 논하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뿐만 아니라 무엇 보다 각 가정의 상황과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라서 어느 것이 옳고 그르며 내가 낫고 네가 틀리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저 부모의 생각과 믿음과 가치관대로 아이를 교육하는 방향이니 이 집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면 좋겠다.

또한 강압적으로 금서처럼 하는 것은 아니고, 아이가 원할 땐 슬쩍슬쩍 눈감아 주면서 휴식처럼 학습만화를 보게 한다. 집에 매달 또는 2주마다 오는 월간지에도 학습만화가 연재형식으로 실려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것도 즐겁게 즐겨 본다.


대원칙은 지키되 융통성을 발휘하며 오늘도 책을 읽어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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