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루틴 만들기

엄마부터 잘하자

by 므니

계획적인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무언가 틀에 박히고 반복되는 것에 안정감을 얻는다. 그래서 다음 주에 해야 할 일, 이번 주에 해야 할 일, 내일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굵직한 일은 미리 생각을 해 두는 편이다.


아침이면 일어나기 전, 전날 생각해 둔 것으로 애들 아침밥 주기, 남편 아침 대용 간식 준비하기 등으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뒤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또한 아이들 밥 먹는 시간 동안 할 일을 체크해서 또 가상으로 생각해 본다. 예를 들면 전날 냉장고에 보리차물이 얼마 없는 것을 기억하고 아침에 4리터 주전자에 물을 올려 보리차를 끓이는 것. 애벌빨래해서 세탁기에 빨래를 넣는 것, 냉동고에 있는 음식을 냉장고로 옮겨 해동시키는 것 등을 아이들이 밥 먹는 시간 동안 후다닥 해 치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것도 루틴이라면 루틴일 터.

내가 부엌에서 이런저런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일어나 자신의 덮었던 이불을 개서 침대 모퉁이에 두며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가글과 세수를 한 뒤 전 날 꺼내놓은 옷으로 갈아입고 잠옷을 정리한 뒤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러면 재빨리 아침밥을 공수해 주고 밥을 먹인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싱크대 개수대에 자신의 그릇을 가져다 놓고 물을 틀어 그릇을 물에 잠기게 한다. 다음으로는 각자의 비타민을 먹은 후 양치를 하고 와서 각자 로션과 선크림, 선스틱 등을 바른다.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고 가져다 둔 가방을 메면 한 아이씩 안고 기도를 해 주며 매일 해 주는 말이지만, 정성스럽게 말하며 배웅을 한다.

"오늘도 최고의 날이야. 엄마는 OO를 존재만으로도 사랑해. 귀한 우리 OO 학교 잘 다녀와!"

이제 아침 루틴은 끝이다.


하교 후에는 아이들은 가정통신문 등을 테이블에 올리고, 물통을 꺼내 싱크대에 가져다 두고, 필통을 꺼내 연필을 깎고 가방 두는 곳에 학교 가방 정리를 한다. 그리고 합기도 옷으로 환복 후 식탁 앞에 앉아 간식을 먹는다. 입었던 옷은 땀을 많이 흘렸거나 음식물이 많이 묻었을 경우에는 세탁 바구니로, 다시 입어도 될 만한 옷은 잘 정리해서 다시 입을 옷 수납함에 넣는 것도 아이들 몫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 천 번, 아니 만 번의 같은 말의 반복과 타이름 , 샤우팅의 시간을 거쳤다. 한 학기 이상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완전히 자리 잡았다.

문제는 학원에서 돌아온 이후의 시간들이다. 두 녀석의 하원 시간이 다르다 보니 샤워시간도 자투리 시간도 다르다. 그리고 저녁밥 먹는 속도도 다르다 보니 저녁시간부터 잠잘 때까지의 늘어지고 허비되는 시간들을 다 잡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된 것이 책 읽기다. 큰 아이가 초4가 된 작년부터는 함께 책 읽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어 각자 읽기가 되었다. 문제는 초3인 둘째다. 혼자서는 읽는 둥 마는 둥 하여 영 미덥지가 않았다. 나 또한 이제 책 읽어주는 것이 귀찮기도 바쁘기도 해서 미덥지 않아도 책을 들이밀고, 책을 바꿔주며 옆에서 책을 각자 읽으며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잘 읽지 않고, 대충 읽으며 다 읽었다고 큰소리치는 둘째와 매번 실랑이를 벌이며 아이를 못 미더워하는 눈길을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둘째만 데리고 다시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아니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간식을 먹인 뒤 느슨해지는 시간에 학교나 학원 숙제를 봐주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무슨 책을 읽어줄까 고민하다 아이가 읽고 싶어 했던 아이들 소설로 가볍게 시작했다. 이것을 다 읽으면 장편에도 도전해야지 하는 야심 찬 포부를 가지고 말이다.


앞서 적었던 루틴들처럼, 이것도 역시 루틴으로 만들어 매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을 글로 남겨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먼저 써보며 결심을 굳혀 본다.


지인 중에는 아이들이 꽉 잡혀 숨을 못 쉬겠다며 지청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적고 보니 많아 보이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들이라 그렇게 숨 막히는 일상도, 빡빡하고 타이트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정돈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몸에 배게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과 주위 환경을 잘 보살피고 정성스럽게 하루를, 매일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동안 하지 않았고 이제는 하지 않을 것 같았던 다시 책 읽어주기로 돌아가면서 말이 길었다. 실천하고 꾸준히 하며 몸에 배게 해 보자.


어쩌면 우선 나부터 글쓰기를 꾸준히 하겠다는 다짐을 이리 길게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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