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와 이제 좋아할까 말까 하며 책과 썸 타는 아이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이제 혼자서도 알아서 책을 드니 책을 잘 읽기를 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하지만 책과 썸 타는 아이는 어떤 때는 책을 엄청 좋아하며 읽다가도 어떤 때는 책을 멀리하며 내외하듯 쳐다보지도 않는다. 같은 엄마가 집에서 같이 책 읽어주기의 책육아를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그것은 누구나 예상하듯 아이가 다른 아이이고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더 잘 읽고 깊게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수월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정착해 본 방법이 있다.
우선,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그 분야의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남아들이 전형적으로 좋아하는 로봇, 자동차, 공룡 등의 수순을 우리 아이도 그대로 따라갔다. 그래서 자연관찰 책에 부록 또는 옵션으로 끼워져 있는 공룡 책부터 낱권으로 파는 공룡 대백과, 공룡배틀, 공룡사전 등등을 끊임없이 빌리거나 구입해서 읽어줬다. 그런데 계속 그것을 업그레이드하여 글밥이 많은 쪽으로 시도를 해서 늘려나갔다. 그래서 아들이 있는 집이면 엄마나 아빠가 공룡박사가 된다는 것처럼 우리 집 역시 그랬다. 하지만 관심사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바뀌기에 다음 관심사에 대비한 것도 준비해야 했다. 공룡다음으로는 스포츠에 관심이 생겨 야구, 축구에 대한 사랑이 커져서 우선 야구, 축구 대백과 책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 책을 마르고 닳도록 볼 때쯤 스포츠를 다룬 어린이 장편 소설류를 슬그머니 들이밀었더니 덥석 미끼를 물어 읽게 된 적도 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는 엄마의 추천이나 강요에 의한 책 읽기를 지양했다.
좋은 책을 읽어 주고 읽히게 하고 싶은 엄마의 애타는 마음을 접어 두고 아이가 읽고 싶다고 하는, 다소 유익하지 않아 보이는 책들도 허용했다. 초등 1학년의 필독서라고 하는 엉덩이탐정도 읽게 했고, 비밀요원 레너드, 개냥이 수사대 등 아이가 혼자서 깔깔 거리며 웃을 수 있는 책도 쉴 새 없이 읽게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엄마 마음에 안 드는 책이지만 그런 책이라도 잘 읽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공감을 위한 질문이라면 해도 되지만 잘 읽었는지 의심을 품고 아이에게 다 읽었어? 무슨 내용이야? 이런 질문을 허벅지 찔러가며 꾹 참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의 관심사가 변하면 언제든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여러 가지 책의 선택지를 두고 아이만의 책 리스트를 만들어 계속해서 대출해서 책을 구비해 두었다. 그러다 정말 좋아하는 책은 구입해서 집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좋아한다고 바로 구입해 버리면 금방 관심사가 식을 때가 종종 있어서 인생책이라고 할 만큼 시간을 두고 사주면 정말 좋아해서 책을 아끼는 마음이 생기고 애착을 가지게 되어 더 좋았다.
세 번째는 아이의 흥미를 존중했다.
두 번째와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흥미가 없어하는 책이 있으면 바로 바꿔주었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할 때는 대출기간이 남아있어도 바로 책을 바꿔 주었다. 집에 있는 책장의 로열층에 아이가 재미있어할 만한 책을 두었고, 책장의 책을 수시로 재배치하여 아이의 눈과 손이 잘 닿는 곳에 새로운 책을 늘 두었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작가의 책이면 그 선생님의 책을 계속 대출해 와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책의 처음이나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을 보통 아이들은 잘 읽지 않으므로 그 부분은 읽어 주며 이 선생님이 이런 마음과 생각으로 책을 쓰셨구나 하며 관심을 유도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도 나는 이 선생님의 책이 좋다고 하며 좋아하는 작가가 생길 수 있도록 책과 작가 선생님께 관심을 두게 했다.
네 번째는 너는 놀거라. 나는 읽을 테니 전략이었다.
네가 직접 안 읽으니 듣는 독서라도 하라는 심정으로 장편 소설을 챕터별로 끊어가며 매일매일 읽어 주었다. 오디오북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엄마가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하여 어쩔 수 없이 육성으로 읽어 주었다. 장편 소설은 전개가 조금 느리더라도 초반부의 배경과 인물 설명 부분이 지나가면 점점 사건이 흥미로워져 재미있어지는 게 일반적이어서 더 읽고 싶어 하더라도 하루 한 챕터만 딱 읽어주고 끝냈다. 그러면 본인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어느샌가 그 책을 잡고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섯 번째는 기다려 주었다.
순간순간 잘 따라와 주고 순항하고 있는 큰 아이와의 비교가 불쑥불쑥 올라왔지만, 꾹 누르고 참으며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 주었다. 그러는 동안 첫 번째에서 시작해서 네 번째 방법까지 쉴 새 없이 반복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저학년 문고판 100쪽도 읽기 싫고 힘들어하여 주리를 틀던 아이가 200쪽도, 300쪽도 너끈하게 읽어내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도 성취감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이제는 자신도 책 좀 읽는 형아가 되었다며 자신감을 나타낸다. (우리 집에 셋째 아이는 없다. 하지만 만년 동생인 자신은 늘 형아가 되고 싶어 한다.)
책 싫어하는 아이를 책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얻고자 이 글을 클릭하셨다면 죄송하다. 지극히 평범하고 누구나가 알고 있고, 시도해 봤음직한 방법들을 나열해서 이게 뭐야. 새로운 것이 없잖아 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원래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도 하지 않는가. 다이어트도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알지만 그 방법보다 뭔가 새롭거나 신박한 게 있지 않을까 하여 여기저기 기웃대는 것이 우리들의 심리가 아니던가.
책육아도 해보니 다를 게 없었다. 의지를 가지고 될 때까지 꾸준히 하는 사람이 결과를 보는 것이었다. 이제 겨우 책의 바다에 발 좀 담근 우리 집 둘째가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도 뜨거운 모래사장에 발을 푹 푹 빠져가며 여기까지 걸어왔다. 이제 바닷물에 발 좀 담가서 시원함을 맛봤으니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서 헤엄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희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