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꽁이의 생애 첫눈

by 나무Y


지난 12월 초순의 어느 금요일, 날이 어두워지며, 펄펄 눈이 내렸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다운 눈이 내리는 던 날, 거실 창에 매달아 둔 해먹에 올라앉은 꽁이는 바깥을 내다보며 흥분했다. 나도 창문가에 앉아 꽁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두운 창밖에는 크리스마스 조명등을 배경으로 솜털 같은 눈송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눈내리는 모습. 꽁이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고개를 요리 조리 돌리다가, 꼬리를 호로록 흔들기도 하고, '꼬로롱' 작은 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발딱 일어나 눈을 잡으려고도 했다. 차가운 유리창문에 가로막혀 조막 조막 헛되이 움켜쥐는 꽁이의 딱한 모습이라니! 창문을 열고, 홀라당 꽁이를 안아 올려 눈 구경을 시켜 주었으나, 세상은 여전히 저 바깥에 있어 손에 쥘 수가 없더라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아쉬운 대로 세상이 제법 하얗다. 꽁이는 해먹 위에 오도카니 올라앉아, 이른 아침의 조용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꽁이 머리를 쓰다듬다가 나도 한참 창밖을 내다보았다. 저 멀리 막 햇살이 퍼지는 아침 하늘, 찬 바람맞으며 선 멋진 소나무 몇 그루, 문득 앞 동의 하늘 위로 살짝 솟아 오른 환기구 뚜껑이 핑그르르 돈다. 꽁이도 하늘 끝 그 움직임을 알아챈 듯, 두 귀를 쫑긋쫑긋 한다. 크리스마스 조명등이 꺼진 구름다리에 강아지와 산책하는 어른들이 어쩌다 오고 간다.

"옴마, 세상이 왜케 하예요? 밤새 몬 일이 있었대요?"

세상이 아름답지 않냐는 둥, 오늘 날씨가 어떨 것 같냐는 둥.. 꽁이와 수다를 떨다가 빵 한 조각 굽고, 커피를 내려 늦은 아침을 먹었다. 꽁이도 창가에서 물러나, 또꼰 또꼰한 주방 바닥에 널브러져 몸을 지지더니, 빵 먹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그만 마음 약해져 꽁이에게 콩알만 한 빵 부스러기 두어 개를 양보했다. 앗싸! 꽁이 재수 좋은 날이다.


커피를 홀짝이며 꽁이와 노닥거리고 있노라니, 잠깐 외출하고 돌아온 딸 아이가 그릇 하나 가져 달라며 현관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딸아이가 뭉쳐 온 어른 주먹만 한 눈 뭉치가 그릇에 얌전히 담겨 꽁이 앞에 놓여졌는데, 꽁이는 콩콩 냄새를 맡는 둥 마는 둥 하더만은 귀찮다는 듯이 지 피난처인 의자 천막으로 홀라당 들어가 버렸다. 딸아이는 사람 성의를 이렇게 개무시하냐고 꽁시랑대며, 꽁이를 잡아 올려 눈 뭉치 앞에 다시 앉혔다. 잠깐, 몽총한 표정으로 눈 그릇을 내려다보던 꽁이는 다시 지 움막으로 줄행랑을 치더라는.

"옴마, 이게 눈이라고요?"

‘꽁아… 너 어젯밤에는…

눈 내리는 것 보며 좋아 죽더만…

야아~~

그래서, 언니가 꽁이...

눈 직접 보라고 저렇게 뭉쳐 왔잖혀...

언니, 정성이 고맙지?

근데, 꽁아...

네 눈으로 직접 눈을 보니께 어뗘?’

‘옴마… 꽁이가요. 어젯밤에 본 것은…

하늘에서 호로롱 호로롱 춤추는

하얀 뭐시기들…

긍께로 살아있는 눈이었는디요!

언니가 가져온... 저...

아무 냄새도 안 나고

데립다 차갑기만 한

저 하얀... 죽은 것은 머시래요?’

‘옹? !!!

꽁아 네 말이 맞구나.

어찌 죽은 눈을 꽁이 눈앞에 들이밀고서

울 꽁이 마음 혹하기를 기대했을까잉…

인간들이… 참 .. 생각이 짧....’

‘그나 저나 꽁아…

(언니가 소파 밑 꽁이 은신처를

폐쇄해 버렸지 않았냐!)

울 꽁이 카렌시아를 잃고,

이 방 저 방 헤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옴마가 얼렁뚱당 맹글어 준

‘의자 아래 천막촌’은 마음에 드냐?’

'.....'


얼기설기 의자 천막촌,

한 귀퉁이 살짝 들어 올려,

꽁이 애기 꼴을 보아하니...

쭈욱 쭉 늘어져

뭐… 더 이상 바랄 것 없다는 듯

노곤 노곤한 표정이더라는....

꽁이의 새로운 카렌시아, 의자 아래 천막촌
옴마, 꽁이는 더 바랄 것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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