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동 앞 매화나무에
꽃들이 조롱조롱 열렸습니다.
다시 봄이 왔습니다.
몇해 전 겨울의 교토 여행길
사람들로 붐비는 산넨자카 골목에서
제 마음, 잠시 길을 잃었더랬지요.
북적대는 가게들을
지친 눈길로 훓어 가다
골목길 한쪽
낡은 나무 담장에 기대 선
작은 수양벚꽃 한 그루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겨울 한가운데 서서
문득, 봄날을 생각했지요.
휘늘어진 가지에 연분홍 봄이 오고
하늘 파아란 날
살짝 바람이라도 불면....
다시 봄 오니,
교토 골목길
그 수양벚꽃 안부가 궁금하여
이리 저리
묵은 사진을 뒤적입니다.
애써 보고 만지고 온 것들은
세월 속에 흐릿해지고,
나무 한그루
像 으로 남아
이국의 봄을 생각케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