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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Y May 04. 2022

제주의 4월, 숲길에서 비로소 깨닫다


일정: 4/24(일)~4/29(금)

누구랑: 부부여행

다녀온 곳

   - 첫째날(일): 제주 도착하여 서귀포 넘어가며 어승생악 오름

   - 둘째날(월): (오전) 대록산과 쫄븐 갑마장길

                     (오후) 교래리 지나며 산굼부리 둘러보고 교래 자연휴양림 트래킹

   - 세째날(화): 하루종일 비가 오다 말다... 김영갑갤러리와 서귀포조가비 박물관 둘러보다

   - 네째날(수): (오전) 서귀포 치유의 숲, 시오름 

                     (오후) 송악산둘레길 

   - 다섯째날(목): (오전) 마라도

                        (오후) 제주 한달살이 중인 동생 부부 만나 함께 조천의 J선배집 방문

   - 여섯째날(금): (오전) 머체왓 숲길 트래킹

                        (오후) 허니문 하우스 까페에서  커피 한잔 후 서귀포 올레 시장 들러 공항으로..


지난주 5박 6일의 일정으로 4월의 제주 숲길 트래킹을 다녀왔다. 

어승생악, 대록산과 쫄븐 갑마장길, 서귀포 치유의 숲, 머체왓 숲길, 송악산 둘레길...


제주 숲과 길에는 맑은 바람과 명랑한 봄 새 소리, 습기를 머금은 상쾌한 숲 내음이 가득했다.  

숲으로 들어가면  축축하고 고요한 어둠 속에 구불 구불 우거진 나무들이 원시림을 이룬다. 

숲을 벗어나면  햇빛과 바람 속에 탁 트인 초원이 한가롭게 펼쳐진다. 


둘러 보아도 그 곳에 사람은 없다. 

그저 간간히 맑은 바람이 불어 오고, 바람 따라 초원의 풀들이 이리 저리 눕는다. 

하얀 찔레꽃들이 햇빛 속에 문득 흔들린다.  

잊혀진 듯, 버려진 듯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구릉에는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들이  나의 시선을 끝다. 

노랗고 하얗고 또 고운 저 작은 보라색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시선이 가 닿는 머언 곳에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고, 파아란 하늘에 하얀 뭉게 구름은 흘러 간다. 

시름을 잊고, 그저 그 길을 걷노라니, 4월 봄, 제주의 숲과 들의 새들이 곱고, 리드미컬하게 노래한다. 


그래, 봄이구나!



돌아보면, 나름 열심히 살아 왔다. 가정을 이루고 가꾸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성취를 쫒아서 달렸다. 크게 부족한 것 없었지만, 자주 무언가 허전했고,  때로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안달복달하였다. 만족할 법도 했건만, 세상은 내 손을 양껏 채워주지 않은 듯 했고, 세상의 인정을 갈구하며 살아왔다. 때로  기진맥진 소진하면, 이 길이 과연 나의 길인가?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몸은 엎어지고, 마음은 먼 곳을 떠 돌았다. 그렇게 먼 길을 걸어 왔다.


제주의 4월, 숲과  들길, 바람과 맑은 햇살 속을 걸으며 비로소 나는 온전한 충만함을 느낀다.

나는 그저 단순한 자연 속에서 행복해 지는 사람인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그러니까,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할 때 스스로 온전해 지고 충만해 지는 알아내고, 기회가 닿는 대로 스스로에게 그 경험의 기회를 선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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