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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Y Jun 18. 2022

살고, 떠나고, 흔적이 남고, 마침내 흔적도 치워진다.

        봄이 오고 가는 중에, 친정 엄마, 박여사가 119 구급대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몇번째 들락 거렸다. 이런 저런  치레로 거동이 불편한 채로 오랜 시간을  버텨, 구순을 넘긴지도  해가 되었다.


     6  중환자실로 엄마를 모셔 놓고, 오빠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경황이 없는지 이야기에 두서가 없었다. 요는  엄마에게 인공호흡기를  씌워 중환자실로 들어 갔단다. 연명치료를  하겠다고 등록이 되어 있는데, 의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은 하고, 무엇은   것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가쁜 호흡으로 자꾸 의식이 흐려지는 노인네 곁에서 오빠는 경황이 없어 우왕 좌왕했는데, 얼결에 의사들이 엄마에게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로 데려가 버렸단다. 이렇게  것이 우리  박여사님의 뜻일지,   결정인지, 질문이라기 보다는 변명처럼 들리는 말투로 오빠는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친 목소리 였다.  


     결국, 중환자실인가다들 걱정이 많은 와중에 박여사는 다시 깨어나 인공호흡기를 떼고 일반 병실로 옮겨 가기를 기다린다며 오빠가 연락을 주었다. 그날 급하게 나가느라 챙겨 가지 못한 약들을 챙겨서 갖다 달라고 한다고, 틀니도 잊지 말고 챙겨 오라고 한다고. 인공호흡기를   밤에 오빠를 향해 밝게 웃더라는 우리 박여사님. 엄마, 사는  오히려  힘들어 보여...


        오랫 동안 집에서 요양을 하며 버티던 엄마는, 그러나,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 가시지 못하고, 결국 요양병원으로 가셨다.  호흡이 힘드셔서 산소줄을 코에 걸고 계시다는 우리 엄마, 박여사님. 이제는 24시간 누가 옆에서 돌봐드려야 하는데, 집에 가셔야겠다고 하신단다.  전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엄마의 가쁜 호흡 소리가 버거워, 나는 오늘 내일 전화를 미루는 중이다.


         와중에, 거진 이년여째 비어 있던  집에서, 지난 몇일  짐들이 나가고 있다. 아마도   어느 이었을 것이다. 쓸만해 보이는 안락의자가 현관 앞에 나와 있더니,  어떤 날에는 단단해 보이는 탁자가 나와 있었다. 앞집 아들네가 당근으로 아버지 물건을 파는겐가 했다. 그러더니   일째 이사짐 나가듯이  집안의 짐들이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낯선 이들은 이사짐이라기 보다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듯이 허술하게 포장된 온갖 잡동사니들을 싣고 떠났다. 나가서 보니, 몇년째 현관문 위에 붙어 있던,   '입춘대길' 쪽지도 같이 떼어 갔다.


    그렇게 사람이 살고, 떠나고, 흔적이 남고, 마침내  흔적도 치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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