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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an 11. 2022

그냥 엄마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어

타인의 불행이 나의 위안이 되지 않길...


아기를 낳고 되새기는 말이다. 엄마가 되기 전, 나밖에 몰랐던 시절, 세상은 늘 내 편이었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갔다.


주변에 소소한 불행이 지나갔지만 세상이 쉬운 나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 일이 아니라 다행이야. 이제 알게 뭐야' 조용히 말했다.


불행은 내가 아닌 특정인에게, 뉴스에 나올 만큼 특이한 일로 찾아오니까.



슬픈 산모


이기주의를 가장한 개인주의 인격은 '대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 쉽게 말했고 살기 힘들다는 친구의 전화에 '누구나 힘든데 징징대지 말자'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기를 임신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인의 아기가 딤플 일지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엉덩이 보조개로 불리는 딤플은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아기에게 종종 발견되는  신경계 이상으로 발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뒤뚱뒤뚱 걷는 아기를 누군가는 담담히 지켜볼 테지만 부모는 마음을 졸이며 봐야 한다.


당시 임신 중기였던 나는 '우리 아기는 초음파에서 이상 소견을 들은  없으니까. 다행이야.


나만 아니면 ' 되내었다. 37 기억에 남을 만큼 불행한 적도, 남들에게 위로를 받은 일도 없었으니까.


작은 내 아가


하지만 쉽게 보였던 불행은 엄마가 된 날 매섭게 찾아왔다. 회사일에 쫓겨 35주 조산으로 미숙아를 출산했을 때, 그 병원에서 가장 작게 태어난 아기를 내 품에 안았을 때.


'아기 엉덩이에 딤플이 보여요. 대학병원에 가보세요'란 의사의 말까지.


하얀 벚꽃이 발에 차일 만큼 떨어져 아름다웠던 봄날, 나는 지구 상에서 가장 슬프게 흐느껴 우는 산모가 됐다.


민트향 풍기며 쿨하게 살아온 내가  이런 불행에 울고 있나.  비켜가던 불행은   찾아왔나.


그동안   힘들고 슬픈 일은 절대 겪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을까. 주변의 불행을 너무 쉽게 보낸  아닐까.




엄마가 되고 누군가의 보호자가  지금, 새로운 세상은 너무 어렵고 무서운 광야의 길이다.


불현듯 찾아온 불행은 '이번 생은 처음이지'라며 원펀치 쓰리 강냉이를 리고 엄마가  나와 작은 아기를 힘없이 우는 신세로 만들  있다.


나는 그냥 엄마인데, 타인의 불행에 같이 아파하고 그 불행에 대비해야 할 줄 알아야 하는 어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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