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예지 Nov 14. 2018

나의 이상형은

#1. 나의 이상형은 '웃긴 사람'

결혼도 안한데다가 연애도 안하고 있으니 "넌 대체 이상형이 뭐니?”,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냐?”라는 질문 및 질타를 자주 받는다. 그래, 차라리 눈이 높아서 연애를 못하는 걸로 하면 나도 마음이 편하겠다. 이상형이라, 딱히 그런 게 없다는 게 나의 문제라면 문제인 것 같다. 일단 내가 지금껏 좋아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외적인 공통점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외모가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내적인 요소로는 뭐가 있을까? 착한 사람? 그것도 아니다. 내가 별로 안 착하니까, 가끔 착하기만 한 사람들은 답답할 때가 있다. 이쯤에서 지난 시간 주제였던 ‘낯가림’ 얘기를 다시 꺼내야 할 것 같은데, 극도의 낯가림 상태가 되면 나는 주로 웃는다. 심지어 상대가 기침만 해도 웃는다. 그래서 그 상황을 벗어나 거울을 보면 팔자주름이 깊게 패여있을 정도로, '웃는 얼굴’로 굳어져있다. 물론 웃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항상 누군갈 웃기고 싶다. 하지만 이건 진짜 웃음과는 다르다. 그래서 이왕 낯가릴 소개팅 자리라면 나는 웃긴 사람이 좋았다. 그럼 웃는 얼굴로 굳어져 있을 필요없이 정말 웃으면 되니까. 이런 이유로 누군가 이상형을 물을 때 난 주로 ‘웃긴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2.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의 이상형인가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의 이상형이 될 수 있을까? 가끔씩 '음악하는 여자’가 멋있다며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은 나를 '무대 위의 모습’으로 재단한다. 늘 무대 공포를 감추느라 싸우고 있는 무대 위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일리는 없지 않은가. 몇 마디만 나눠보면 흥미를 잃을 것이 뻔하다. 게다가 만약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할 수 있어요?’ 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 순간 내 마음은 저 멀리 떠나간다. 저야말로 알고 싶네요! 그리고 내가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보세요!’라고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마음이었다..내가 너무 까칠한걸까? 아무튼 누군가가 '시간 약속 확실하게 지키고, 지나치게 잘 웃고(가짜든 진짜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며, 동물을 끔찍히(거의 내몸같이)사랑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 말한다면, 난 그 사람의 확실한 이상형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3. 우리가 이상형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이상형을 ‘꿈'꾸는 이유는, 어차피 현실에서는 이상형을 만날 수 없으니까. 말 그대로 ‘이상(理想)’형이지 않은가. 가장 온전한 상태는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다. 플라톤이 말했던 ‘이데아’처럼 말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보는 것들은 초월적인 실재의 그림자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결핍을 가진 존재들이고, 서로의 결핍을 보듬기 위해 더불어 살아간다. 결국 우리가 만나게 되는 이성은 ‘이상형’이 아니라 '현실()'형이다. 그래서 알고보면 빈틈이 있고, 그 틈을 견디기 위해 눈에 콩깍지라는 환상을 씌우기도 하고, 싸움으로 그 틈을 부정해 보기도 한다. 누군가가 평소 이상형인 ‘정해인’과 연인이 되었다고 해보자.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싸우기도 하며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그녀의 남자친구 정해인은 내 마음 속 ‘정해인’과는 분명 점차 멀어질 것이다. 이건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결국 ‘이상형’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형’만이 존재할 뿐. 그러니 얼마든지 꿈은 꾸되, 나의 ‘현실형’ 연인에게 ‘이상형’이 되길 강요하진 말자. 이것이 몇 번 안되는 내 소중한 연애의 결론이다.   



노래추천 1. 김건모 ‘이빠진 동그라미’

-늘 나의 ‘이상형'인 ‘김건모’ 5집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이상형을 만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


(가사 일부)

까다롭다 눈이 높다 말들 많아도 지금까지 기다린게 너무 억울해

용감하게 혼자서도 잘 살았는데 새털같이 많은 날들 어떡해

나 뺨치게 멋진 여자 찾던 내 친구 오피스텔 같이 얻어 살자 해 놓고

내 가슴에 못을 박는 그 말한마디

나, 장가간다

그대로는 힘이 들어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들이 공이 너무 아까워 갈 때까지 가 보는 거야

이번에는 내숭 없이 다 털어놓고 몸매 좋고 이쁜여잘 사귀어 봤더니

삐뚤어진 성격까진 봐주겠는데

그녀 머리가...

마음 착한 여자라면 좋다고 했어 눈치없는 내 친구들 그말만 믿고

진짜 맘만 착한 여잘 소개했는데

어휴,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

내가 찍은 여자들은 이 핑계 저 핑계만 늘어놓고

나를 찍은 여자들은 딴건 안보고 얼굴만 보나봐


노래추천 2.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

-'나는 구체적으로 꼽을 수 있는 뚜렷한 이유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sentimental한 이유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곡.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를 정확히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그만큼 우리의 언어는 불완전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나 복잡하다. 얼마전에 나온 성시경씨의 신곡 ‘영원히’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사랑이란 말 속에 수 천가지의 감정들, 한참을 생각해봐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말없이 조용히 너의 머릴 쓸어넘겨 준다.” 그래, 언어는 사랑이란 위대한 감정을 다 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단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능시험의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