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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영 Nov 30. 2023

관계는 피곤이다.

나를 채우는 사람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에 나는 꽤나 예민한 편이다. 그게 나는 내가 형제 많은 집 셋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때론 그런 부분이 사회생활에서 적당한 분위기를 맞추는 행동력으로 나오기 때문에 나는 그런 내 모습이 막 싫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 나보다 타인의 감정에 타인의 행동에 더 집중하는 나를 만나면서 이런 내가 불편해지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올 한 해 나를 충만하게 만들어준 사람이 있었나? 점심을 기다리며. 나는 멍해졌다. 생각을 해 봤다.
지나간 봄을….
뜨거웠던 여름을…..
짧았던 가을로 돌아가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없었다. 나를 충만하게 해 준 타인은 없었다. 회사에서 늘 웃으며 이야기하고 후배의 고민을 내 고민처럼 들어주지만, 힘든 친구에게 후배에게 괜찮아 잘 될 거야. 용기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는 걸 나는 요 근래 깨닫게 되었다.
나는 웃으며 타인을 대하지만 그 웃음에 진실은 없었다. 나는 기계적으로 웃고 대답하고 눈을 맞추며 나는 너에게 집중하고 있어라는 시그널을 항상 주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그냥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 흉내를 내고 있었던 거였다.

그렇게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지만 정작 나는 그 안에서 피로만 축적할 뿐 나를 채우는 사람을 만들지 못했다.  
이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나를 충만시키는 사람을 못 만났을까? 찾을 생각을 안 했을까?
퇴근길에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나는 아마 피곤했던 것 같다. 남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는 피곤했던 것 같다. 내 방을 나가면 내가 아닌 사람과 부딪혀야 하는 것이 나는 피곤했던 거다.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이면 올해 나는 집에 있었다. 꼭 외출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집에서 책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야구를 보거나, 혹은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흘러 보냈다. 이런 나를 보고 언니는 나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나가서 영화를 보든 지하라고,,,,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쉬는 중이라고 이렇게 쉬어야 또 5일을 버틸 수 있다고. 언니는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정말 휴식 중이었다.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고, 주말은 나에게 쉼이었다. 마음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말은 내게 그런 의미였다. 결과적으로 나를 충전시킨 사람은 나였다.
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그 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좋은 관계라는 명제 안에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피곤하게 했다. 꼭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은데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라도 괜찮은데 나는 관계된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나를 피곤하게 했던 것 같다.

나를 피곤하게 하면서 타인은 충만시키고 나 스스로는 나를 충만하게 하지 못한 것 같아 나에게 미안해졌다. 남은 2023년은 스스로에게 충만함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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