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Nov 24. 2021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국물 요리와 장미 월동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이렇게 날이 추울 때는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난다. 그러나 비건식을 하는 내가 먹을 수 있는 뜨끈한 요리가 많지 않다. 또 스스로 요리해서 먹어야 하니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요리면 더 좋다. 이런 이유로 요즘 잔치국수와 된장찌개에 빠져 있다. 


호박, 양파, 버섯을 채 썰어 소금간 해서 볶고, 부추는 곧 상할 것 같아 손질해서 잘랐다. 육수를 끓이고 면을 삶은 뒤 간을 하고, 볶아놓은 채소와 김가루를 고명으로 올렸다.

 


 날이 더 많이 추워져 상추가 얼 지경인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렇게 상추가 싱싱했다.(더 추워지면 상추가 죽을 것 같아 실내로 옮겨 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면 계속 상추를 먹을 수 있을까?) 녹색잎채소를 곁들여 먹으려고 상추를 따서 손질해 겉절이를 만들었다. 으슬으슬 추운 날씨에 뜨뜻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몸이 따뜻해진다. 잔치국수는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해 먹었던 요리라 옛 생각이 나며 기분도 좋아진다.   


 그나저나 날이 이렇게 추워지면 전원에서는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마당에 있는 수도는 얼지 말라고 옷과 비닐로 꽁꽁 감싸 놓았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집이어서 관정의 모터도 얼지 말라고 스티로폼과 두툼한 옷가지를 넣어주었다. 추위에 유독 약한 나이기에 창문마다 뽁뽁이를 잘라 붙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장미 월동.


 

 식재한 지 1년 된 장미는 30센티만 남기고 가지를 잘라내라고 안내를 받았기에 30센티의 볏짚을 주문했다. 30센티x20미터에 택포 18000원. 볏짚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우선 가죽 장갑을 끼고 소독한 가위로 장미 가지들을 잘라주었다. 그리고 볏짚을 장미를 감쌀 정도의 길이로 잘라내는데 역시 초보티가 난다. 볏짚을 잘라내니 볏단이 풀어져 굴러다니는 거였다. 그래도 길이에 맞게 볏짚을 잘라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흩어져 내리는 볏단을 손으로 움켜잡고 장미를 꽁꽁 싸맨 뒤 노끈으로 묶었다.



 위가 뻥 뚫려 있으면 장미가 얼어 죽으려나 싶다가도, 볏짚으로 다 감싸면 광합성은 어떻게 하나 머리가 복잡했다. 굴러다니는 볏짚을 뻥 뚫린 구멍 안에 넣어 보온이 되도록 했다. 


 아무쪼록 우리도 따뜻하게, 장미도 따뜻하게 이 겨울을 보내고 내년에 내가 좋아하는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모든 게 얼어 죽은 것처럼 보여도 잎을 떨군 나무도, 이렇게 숨 죽인 장미도 모두 살아있다. 봄에는 그 생명력이 발할 것이다. 숨 죽인 기간만큼 더욱 눈 부시게.


 


  


 

  


 

이전 02화 배추, 어디까지 변신해봤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