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Oct 03. 2021

도토리를 저장하는 다람쥐처럼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옥수수를 냉동실 한 칸 채워넣었다. 

그 사연인즉 이러했다. 


나의 옥수수 랭킹 3위인 문호리 옥수수 할머니께서

지난 주에 올해 옥수수는 끝났다며 두 망의 옥수수를 사가라고 전화를 주셨다. 


오자마자 쪄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하루에 몇 개씩 먹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아. 정말 올해 옥수수는 끝인가!' 안타까웠던 순간, 


할머니께 전화가 왔다. 마지막 옥수수를 수확했다고. 


김치냉장고 위칸을 비우고 냉동실로 사용해야겠다 결심하고

옥수수 7망을 사왔다. 

서비스까지 합쳐 110개의 옥수수였다.


집에 오자마자 껍질을 벗기며 손질을  시작했다. 

할머니 밭에서 살던 무당벌레가 옥수수에 딸려 와

내 무릎을 기어다녔다. 무섭지 않나보다.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자연이 된 나 (둥그런 산 같은^^)

옥수수 찌기에 돌입했다. 10번 넘게 냄비에 찌고 덜고를 반복했다. 


내년에는 압력밥솥을 사서 더 맛있게 쪄볼까를 고민하며

이 정도면 '옥수수 장인'이 아닌가 스스로도 놀라웠다.  


잘 쪄진 달콤한 찰옥수수

찐 옥수수를 식히고 냉동실에 넣으니

아뿔사! 가득 찰 줄 알았는데 여백이 많다. 


아쉬움이 남는 여백의 미

다람쥐는 도토리 둔 곳을 깜빡해서 

그 도토리가 나중에 나무가 되기도 한다는데

나는 자연에 기여하는 것도 없는데

이 정도면 감사해야지 아쉬움을 달래며. 

욕심을 비우자 다독인다. 


어디에든 삶의 깨달음이 있다.

모두가 다 도반(道伴)이다. 






이전 04화 김장, 그 추억의 맛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