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Nov 29. 2021

전원주택 전세 구하기

 내가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사를 온 날은 2013년 2월 말일이었다. 지금도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이후 거의 2년마다 이사를 다닐 때 자연스럽게 이날이 이삿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날은 춥고, 새학기를 앞둔 시기라 포장이사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때였다. 그래도 아이들이 전학을 가야 했는데, 개학 전에 이사를 올 수 있었던 건 다행이다.  


 남양주 주말농장을 오랫동안 다니면서 전원생활을 열망하게 되었을 때, 지나는 길에 남양주 전원주택을 눈여겨보았었다. 내 눈에는 한결같이 부자로 보였고, 여유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의 나는 30대 초반이었고, 너무 바빴고, 가진 것은 더 적었으니 전원주택 주인들은 한 마디로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었다. 전원살이를 상상하고, 바라는 전원주택의 조건을 정리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양평의 부동산까지 발품을 파는 시간이 이어졌다. 처음 양평에 집을 보러 다닐 때는 장롱면허여서 지하철을 타고 양평에 왔다. 역에 도착하면 부동산 사장님이 나와 계셨고, 나는 그들과 함께 집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시작된 양평에서의 삶이었다.


 내가 양평에 산다고 하면 열이면 열 이렇게 말한다. "좋은 곳에 사시네요!" 자신도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덧붙이는 사람도 있다.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바라고 바라는 로망인가 보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로망을 이루는 데에는 큰 것이 필요하지 않다.


 선택하고, 실행하라. 그럴 용기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가 바라는 삶에 도움이 되도록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1. 무엇보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학군을 이야기하고 싶다. 양평에서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수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일단 초등학교의 경우, 서종 지역과 용문지역이 유명한 편이다. 용문의 한 초등학교는 방송에 나온 이후 학생수가 급격히 늘었는데, 실제로 그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양평의 학교에는 서울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아토피가 있던 우리집 작은애의 경우. 이 외에 천식, 심각한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이 있다.) 정서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시골 초등학교의 경우 한 학년에 한 반이고, 그 반에 열 명도 채 안 되는 학생이 있기도 하다. 그러면 6년을 같은 아이들과 지내야 하는데, 학생수가 적으면 선생님이 세세하게 학생을 봐주고, 아이들이 가족처럼 친해질 수는 있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 성비가 불균형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양평 지역의 특수성을 알고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골라야 한다. 또한 양평 지역은 고등학교의 경우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성적이 낮은 경우 집에서 멀리 있는 고등학교에 보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니 유치원, 초등학교만 생각하지 말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고려해서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2. 자, 그렇다면 학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사할까? 타지역에서 온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숙제이다. 인터넷에는 수박 겉핥기 식의 정보뿐이고, 궁여지책으로 부동산 사장님께 물어보지만 사실 그들도 잘 모른다. 또 잘 알아도 좋은 정보는 말해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라면야 굳이...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각 학교의 입학처장, 입학 담당자에게 문의를 하고, 직접 학교에 가 상담을 받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학교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학생들을 직접 볼 수도 있다. (나도 아이들 고등학교를 정할 때 직접 학교에 찾아갔는데,  학생들이 처음 보는 나를 보고 친절하게 인사를 해 감동을 받았더랬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양평에 아는 학부모가 있는 경우겠다. 어쨌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정보를 구하자.


 그리고 정말 좋은 소식은 아이가 둘이라 양평의 선생님들을 많이 만난 내 경험으로, 양평의 선생님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아이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보는 분들이었다. 양평의 학생들도 순수하고 창의적이며, 밝은 경우가 많다. 타지역에서 온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정화된 물처럼 순수하다고 하셨다.)


3. 지역을 선정했다면 지역 부동산에 전화를 돌릴 것이고, 직접 와서 집을 볼 것이다. 하지만 전원주택 전세가 워낙 귀하기 때문에 몇 개 못 보거나, 봐도 마음에 안 들거나(너무 낡거나 외진 곳이어서 등) 혹 너무 비싸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부동산 사장님에게 "전세 나오면 전화 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것일 덴데, 이렇게 부탁해놓은 사람이 나 말고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손님이 적은 부동산이라면 모를까 그들이 나에게 먼저 전화를 주기는 어렵다. 그러니 수시로 부동산에 전화를 하고, 부동산 사장님과 조금이라도 친분을 쌓자.  


 또 나는 신기하게도 첫 전원주택을 덕소에 있는 부동산에서 구했다. 집주인이 서울 사람이어서 덕소에 집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부동산에 연락을 하고 찾아가는 게 좋다. 서울과는 다르게 이쪽의 부동산들은 물건을 공유하는 경우가 적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부동산끼리는 매물을 공유하지만, 집주인이 특별히 애용하는 부동산에만 물건을 내놓는 경우도 있고, 부동산들도 일부러 매물을 공유하지 않기도 한다. (지금 집을 구할 때에도 여러 부동산을 수시로 다녔는데, 부동산마다 소개해주는 집이 많이 달랐다.)  


4. 전원생활의 하이라이트는 전원주택, 무엇보다 집이다. 그 집에서 내가 상상했던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양평의 전원주택은 날림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양평에서 전세도 살아봤고, 집을 지으려고 땅도 많이 봤고, 집을 사려고 셀 수 없이 많은 집을 들락날락했다.  


 원주민이 운영하는 부동산이라고 해서 정직한 것도 아니다. 팔려고 만든 집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속전속결로 지어진다. 하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붕에서 물이 새는 경우, 보일러 관이 터지는 경우, 결로가 심각한 경우, 겨울철 난방을 해도 썰렁하고 돈만 잡아먹는 경우. 인테리어는 화려한데 벽에는 보온재도 제대로 안 된 경우. 실제로 내가 본, 뒷목 잡고 쓰러질 경우들이다. 리스트를 꼼꼼히 작성해서 집주인과 부동산에 묻더라도 순도 100프로의 정보를 얻기 어렵다. (정보가 불평등한 전형적인 경우다.)


 그러니 집주인이 직접 살려고 지은 집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런 집도 많지 않으니 이를 어쩌랴. 그래도 전세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집주인이 고쳐주는 것이 관례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실제로 나의 경우 지하수를 사용했던 집에서 불순물이 나왔는데 주인이 필터를 설치해 주었고, 샤워 시설이 고장 나는 등의 자잘한 문제도 주인이 해결해 주었다. 그러나 지어진 지 10년 정도 되면 집들에 고장이 잦아지니 건축 연도는 잘 확인하자. (준공 연도와 실제 완공 연도가 같지 않을 수 있다. 준공은 완공 이후 늦게 떨어지기도 한다. 궁금하면 부동산에 완공 연도를 물어보자.)

 


 누군가가 바라는 전원의 삶을 먼저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실 전원살이가 별 거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또한 어느 곳에나 장단점은 있다는 사실. 그러나 나의 경우 양평에서의 삶이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고, 충만했고, 풍요로웠다. 나는 나에게 좋은 것을 줄 권한이 있다. 나는 이 모든 좋은 것을 누릴 권한이 있다. 그러니 선택하고, 행동하라. 그럴 용기만 있으면 된다.   



이전 05화 도토리를 저장하는 다람쥐처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